신문로

지난 10년 IT기술 이슈를 되돌아보면

2021-12-23 11:29:14 게재
이해성 내일e비즈 CTO/부사장

최근 10여년 동안 거의 2~3년 간격으로 새로운 기술적 용어가 크게 유행했다. 2000년대 말에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핵심이었고, 이후에는 '빅데이터'(NoSQL) '인공지능'(머신러닝, 딥러닝)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이 IT 기술세계의 이슈 용어였다.

이들 용어가 한창 각광 받던 당시의 기대를 지금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다. '스마트폰'은 일반인들의 일상과 비즈니스에 상당히 큰 변화를 일으켰지만, '스마트패드'는 초기 기대만큼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통계분석'은 여러 비즈니스 분야에 큰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생각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관련 기술'은 수많은 사용자들의 막대한 의사 소통 기록들을 실시간으로 처리해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핵심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일반인의 일상과 비즈니스 분야 모두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다만 영상을 통한 사람과 사물 인식 분야는 이제 사람에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갖추면서 오히려 감시사회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영상이나 음성을 합성해 마치 실재하는 사람의 영상이나 음성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도 큰 성공을 거뒀다.

'블록체인'은 기술이라는 관점에서는 '비잔티움 장군 문제'라는 복잡한 알고리즘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는 근사한 기술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응용 결과물 가운데는 아직까지 큰 주목을 받을 정도의 작품은 없다. 가장 최근의 핫이슈인 '메타버스'의 경우는 현재진행형이므로 평가가 이른 감이 있다.

AI 분야 성공한 사업자는 아직 없어

'스마트폰'의 핵심 기술은 '운영체제'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였고, '빅 데이터'의 핵심 기술은 기존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분산파일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NoSQL 데이터베이스' 기술이었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가 핵심 원천기술이지만 이 분야에서도 '머신러닝' 특히 '딥러닝'이 핵심이고, '블록체인'도 그 자체가 핵심 원천기술이다.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GPU 3D엔진, 그리고 '창의적인 게임 기획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원천기술의 구현 난도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비관계형 데이터베이스, GPU, AR, VR, 3D엔진, 블록체인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들 원천기술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거의 미미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원천기술의 소스코드들이 대부분 공개돼 큰 어려움 없이 각자의 사업화에 활용할 수 있다.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은 애플 구글 삼성전자, '빅데이터'에서는 구글 페이스북(메타) 트위터, '블록체인'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성공한 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성공한 사업자는 아직 보이지 않고, '메타버스'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성공 사례인 '영상 인식 및 합성'은 프라이버시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고, 나머지 분야의 기술은 아직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지는 못했기 때문에 빠른 기간 내에 성공한 사업자가 나오기 힘들 것 같다.

메타버스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메타버스'는 현재 로블룩스 제페토 등이 주목을 받지만 이들이 원천기술인 VR AR 3D엔진 GPU의 강자는 아니고 '창의적인 게임 기획력' 정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VR'의 원천은 메타(페이스북) 애플 MS 구글, 'AR'은 애플 MS 구글, '3D엔진'은 언리얼 유니티 크라이 히어로, 'GPU'는 엔비디아 AMD 애플 등이 절대 강자들인데 이들은 현재의 로블룩스 제페토를 꼬마로 보이게 하는 거인들이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3D 기반 네트워크 게임'의 성공한 사업자들인 게임회사들의 '창의적 기획력'도 쉽게 볼 능력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예측불가의 승부를 펼칠 수 있다. 다만 '메타버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이슈라는 것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