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 따른 장례문화
자연장-비대면 요구에 맞는 장례서비스 지원 필요
화장 늘어나고 장례절차 간소화 경향 … "다양한 장례방식 허용하는 제도·환경 마련해야"
고령화 저출생시대의 여파로 1인가구와 사망자 증가 등이 전망되는 가운데 장례환경-문화도 달라진다. 화장 증가와 자연장 선호도 상승, 비대면 장례서비스 이용 등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 감염 사망자 장례 때는 안전 보장과 온전한 추모라는 새로운 과제도 등장했다. 장례절차 간소화 인식과 추모 참여 열기 하락도 무시하지 못할 현상이다. 하지만 현행 장례제도와 정책은 이런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안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 보건복지부 장사정책협의체에서 진행한 논의에서 제기된 여러 방안을 살펴보고 시대변화에 맞는 장례문화와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장례는 산자와 떠나는 자의 존엄한 이별을 진행하는 절차다. 장례문화와 환경이 변하고 있는 가운데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장례제도와 서비스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난다.
장례문화 환경의 가장 큰 변화 요인은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수 증가와 1인가구 급증 등 인구구조 변화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16년 726만명 → 2025년 1051만명 → 2065년 1827만명으로 증가하고 사망자는 같은 기간 28만명 → 37만명 → 74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망자의 40%는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집중되고 지역별 사망률도 노인인구에 따라 최대 2배 차이가 났다.(10만명당 사망자/ 전남 875명, 서울 444명)
1인가구는 2016년 27.9% → 2025년 31.9% → 2045년 36.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가구 증가로 고독사(무연고사망자 포함)는 2013년 1280명 → 2017년 2010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화장률 증가 등 장사 수요도 변하고 있다. 묘지를 관리할 후손 부족과 편리성 추구,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화장과 자연장 선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장례문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화장률은 2016년 82.7%에서 2019년 88.4%로 매년 약 2∼3%p 늘었다. 자연장 선호도는 40.1%로 봉안 선호도 40.5%와 비슷했다.
장사시설 인프라 확충과 공간 재구성 방안이 필요하다. 장사시설의 전체적인 공급은 여력은 있으나 지역별 또는 공설-사설 편차, 선호도에 따라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 장사시설 확충은 지자체 간-주민 간 갈등으로 인해 시설설치가 어렵고 노후한 화장시설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례절차상 안전 확보와 추모 보장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등장했다. 현재 선화장 후장례로 진행되는데 행정집행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례정책, 시대변화 적절히 반영 못해 = 이렇게 변화하는 장사수요를 국가정책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제2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안(2018∼2022년)에 따르면 매장 외 봉안 자연장 산골(유골 뿌리기) 등 다양한 장례 수요가 있으나 제도화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자연장 선호도는 봉안과 유사하지만 실제 자연장지 이용률은 봉안보다 낮다. 장사 선호도는 자연장 40.1%, 봉안 40.5%지만 실제 이용률은 자연장 16.1%, 봉안 67.5%로 나타났다.(2017년 8월, 장례문화진흥원)
이는 소비자들이 희망하는 자연장 형태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이용자가 희망하는 자연장은 수목형-수목장림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실제 공설 자연장지는 대부분 잔디형으로 조성됐다.
이용자들의 인식 전환도 미흡하다. 장사시설에 대한 기피-혐오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생활공간의 일부로 인식하는 장례문화 전환이 필요하다.
◆친환경적인 자연장 발전방안 = 자연장에 대한 국민의 높은 선호도를 현실화하기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
자연장 현황을 보면 우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자연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화장 후 매장이라는 또 다른 묘지화 현상이 발생한다. 현행 수목형 잔디형 자연장지는 일정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진정 친자연적인지 이견이 있다.
획일화된 자연장지의 시설환경과 공원묘지의 활용도도 낮다. 자연장을 운영하고 관리·조성할 때 모델이 없어 혼란스럽다. 수목장림을 조성할 때 기존 산림을 활용할 것인지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없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 장사정책협의체 워크샵에 참석한 위원들은 자연장에 대한 개선과제로 △지속가능한 자연장의 개념 정립과 모델 제시 △공동추모형 자연장지 △유골 뿌리기에 대한 제도 마련 △국민인식 개선 활동 등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는 △종합장사시설 내 자연장지 조성 비율 쿼터제 도입 △친자연적 자연장지 모델 개발 △유골 뿌리기 이용자에 인센티브 △유골 뿌리기 전후 지자체 신고절차 마련 필요 등이 제시됐다.
심양수 산림청 서기관은 "자연장지 설치기간을 명시하고 수목장림 조성-운영-사후관리에 대한 표준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며 "자연장 실천서약 등 친환경 장사-장례문화 인식개선 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례절차 전반 보건위생 강화 = 장례 과정의 보건위생 관리방안도 시급하다.
장례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건위생 문제를 국민들은 잘 모른다. 일단 사망자의 감염정보가 장례식장에 전달되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장례식장에 감염 여부를 알릴 의무가 없다. 장례지도사는 언제든 감염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사망진단서에 감염 가능성과 위험도 기재 △안치 단계에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감염 표시 △시신 운구차량에 감염 여부 안내 등의 방안이 나왔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장례지도사 교육과 검증·자격 강화 △감염병 사망 시신 접촉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 연구 △관련 의료법 개정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최정목 대전보건대 교수는 "감염병 사망자 처리 매뉴얼 개발, 감염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태그 부착 의무화, 장례지도사 시험 평가 및 면허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재난대비 지정 장례식장 = 감염병으로 사망할 경우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에서 장례가 진행되지만 지정장례식장의 존재나 역할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낮다.
지정장례식장이 재난-방역대책 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고 이용시 인센티브가 없다. 감염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하니 영업도 어렵다. 참고할만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 법제화 △지정장례식장 역할 홍보 △지정장례식장 지원 등이 시급한 과제다. 실행방안에서는 △재난시 지역사회 우선안치 등 보상 차원의 지원 △보건소 경찰 지자체 등 현장 담당용 매뉴얼 제작 등이 필요하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지정장례식장 법제화가 이뤄져야 하고 재난 대비 지정장례식장의 특화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며 "혜택 마련을 통해 민관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연고사망자 장례, 공공성 강화 = 무연고사망자 지정 과정도 분명하지 못하다. 실제 장례를 치를 비용이 없거나 오랜기간 단절된 관계인데 갑자기 사망소식이 전해오면 정서적으로 장례 참여가 어려운 점 등이 있다. 이를 둘러싸고 지원여부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있다. 일반 국민의 관심도도 낮다.
워크샵에서는 개선 과제로 △무연고 시신 처리를 위한 상세 매뉴얼 개발 △장례식장을 갖춘 전문업체에 무연고 시신 처리 위탁 △지자체 공영장례 입찰자격 제한 △무연고 사망자에 합리적 지원책 마련 등이 제기됐다.
실행방안으로는 △선한 전문공급자 선발 기준 마련 △국가재난 대비 지정장례식장과 연계한 공영장례 등이 나왔다.
박수곤 경희대법학전문대 교수는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장제급여액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사지원센터 업무에 무연고자 등에 대한 장례지원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장례문화 = 부조나 제례문화가 점차 간소화되고 감염병 시기 조문의 어려움도 장례참여 의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변화에 상응하는 개선과제로 △장례문화에 대한 수요조사 △장사시설 중 모범-우수 사례 발굴·홍보 △비대면 온라인 추모·성묘서비스 개발 등이 제기됐다.
실행방안으로는 △새로운 장례문화 콘텐츠 개발 △다양한 장사법에 대한 규제완화와 대중교육 △장례 종사자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과 교육기관 확충 △만장된 공동묘지 재개발로 공원화 추진 등이 나왔다.
한익희 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장례문화는 오랜 기간에 거쳐 형성되므로 정책방향에 맞는 지속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지자체 관리능력을 높이기 위해 장사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은 "코로나19로 온라인추모나 비대면 장례 등 다양한 장례서비스가 개발됐다.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대비한 장례문화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