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 칼럼

디지털자산 감독관리기구 설립이 필요할까

2021-12-28 11:52:43 게재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며칠 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감독관리기구 설립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참여했다. 가상자산의 파생과 변화는 현재의 가상화폐,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세계 속의 다양한 아이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상자산은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개념 같지만 현실생활과 상호연계성이 있기에 불법적인 자금세탁의 도구가 되기 쉽다. 관련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가상자산의 금융속성에 치중해 자금세탁 규제를 들이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가상자산의 비금융속성에 더 집중해야 메타버스 시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그에 대한 법적 정의와 규제들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감독관리 정책을 구상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우선, 가상자산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없다. 국제금융기구와 각국 재정부·중앙은행의 일반적인 컨센서스는 다음과 같다. 가상자산은 법정통화와 실질적인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하며 금융상품을 제외한 암호화 기술, 분산계정 또는 이와 유사한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형식으로 기록·저장·거래·전송하는 지불매체 또는 실물투자 대상에 대한 가상가치 수용체다. 블록체인은 알고리즘으로 신용을 창조하고 신용비용을 낮춰 인류의 신용을 객관화시켜 글로벌 범위로의 신용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상자산은 암호화 기술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거래내용을 블록체인 분산장부에 저장해 은행 같은 제3자 보증 없이도 신뢰를 보장하는 탈중앙화된 새로운 자산이다.

메타버스 시대 큰 그림 먼저 그려야

다음, 가상자산은 일부 사람들의 프라이버시(개인정보보호), 통화신뢰, 그리고 자산가치 증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탈중앙화와 익명성, 국경 간 자유로운 지불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공갈협박과 사기, 마약밀매(카르텔), 도박,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탈세, 국가간 불법 자금이전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해 국가 통화주권, 자본 통제, 사기 및 자금세탁 방지, 테러 자금조달 차단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다.

2021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리스크 기반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 서비스사업자관리 업데이트 지침'을 발표, 회원국이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 위험 평가요소 및 방법을 개선하도록 안내했다. 현재 50개 이상의 사법관할 구역에서 이미 가상자산 거래를 규제 프레임워크에 넣고, 가상자산 서비스사업자를 위한 라이선스 또는 등록제도를 만들고,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또 중국 등 일부 관할 구역에서는 가상자산 거래를 불법적인 금융 활동으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 한국이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그에 알맞은 규제환경을 맞춰 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자산 관리감독기구 설립 문제에 있어서 메타버스 시대에 그리고자 하는 큰 그림은 무엇인지, 그 속에서 디지털자산 관리감독기관의 도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은 어떤 디지털 강국이 될 것이며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경쟁력은 어디에서 구현할지, 이를 위한 최적의 규제환경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메타버스 시대 한국의 선도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면 정부는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메타버스 시대에 변화하는 동향을 밀접하게 포착하고 선도해야 하며 규제감독이 그것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금 모니터링의 관점에서 가상자산 자금세탁 범죄의 거버넌스에 대해 추가 제안을 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상자산의 비금융속성(예컨대 NFT로 명명되는 디지털자산)을 명확히 하고 신규 가상자산에 대한 감독관리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가상자산 자금세탁 범죄를 막으려면

둘째,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강화하고, 가상자산 거래의 실질을 구분해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또 은행과 지불 기관은 법정화폐와 가상자산의 태환장소로서 가상자산 거래 당사자를 실명으로 인증하고 의심거래와 자금 이체경로에 대한 식별능력을 높이고 관련성이 높은 지하금융과 가상 플랫폼 OTC 상인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 의심스러운 거래를 즉시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신기술의 혁신적 적용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거래소별로 신원인증 기반의 가상자산 거래 이력추적 및 현장추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해외 금융정보기관과 정보공유 및 협력 강화, 가상자산 이용 범죄에 대응하는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가상자산은 본질적으로 글로벌하다. 자금세탁 방지 기관은 60여개 해외 금융정보기관과 정보공유 및 공동조사 협력을 계속 강화하고 가상자산의 추적과 현장추적을 통해 국내외 거래의 전체 고리를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