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초등학교 신입생에 입학준비금

2022-01-05 12:01:07 게재

사립·특수·대안학교도 20만원

의류·가방·신발·도서 구매가능

무상급식 이어 교육복지 강화

서울시 교육복지 정책이 한걸음 더 나아간다. 무상교육·무상급식에 이어 입학준비금까지 초중고 전체 학생을 포괄하게 됐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신입생들에게 입학준비금 20만원을 지원한다고 5일 밝혔다. 특수학교를 포함한 국·공·사립 초등학교 전체와 대안교육 기관 학생까지 약 7만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올해부터 서울시 모든 초등학교 신입생들은 20만원의 입학준비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에서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지원방식은 제로페이로 이뤄진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통해 입학준비금을 신청하면 제로페이 모바일 포인트로 2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구입 가능한 품목은 등교에 필요한 일상 의류와 가방·신발, 학교 권장도서 등으로 제한된다.

시는 2021년부터 중고등학교 신입생들에 입학준비금(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에 초등생까지 지원이 확대되면서 서울 초중고 신입생모두 혜택을 받게 됐다.

당초 입학준비금은 교복 구입비 지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학교별로 교복착용 상황이 다르고 입학에 필요한 물품이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 입학준비금으로 용도를 넓혔다. 초등생의 경우 중고등생에 허용된 원격수업용 스마트 기기를 제외하고 도서를 추가했으며 교복을 거의 입지 않는 점을 고려해 일상의류를 구매 가능 품목에 추가했다.

소요예산은 약 140억원이다. 서울시-자치구-교육청이 각각 3대 3대 4 비율로 분담한다. 서울시에 신고한 58개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은 전액 시에서 부담한다.

중고등 입학준비금의 경우 예산은 약 410억원이며 대상 학생은 약 13만6700명이다.

초등학교 입학준비금이 실현되면서 서울시 교육복지가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상교육·무상급식에 이어 초중고 입학준비금까지 이른바 교육복지 3세트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전과 다른 대처도 관심을 모은다. 오 시장은 10년전 무상급식 사태 당시 선별복지를 주장하며 진보진영과 대립했다. 하지만 지난해 취임후 유치원 무상급식을 전격 수용했을 뿐 아니라 국무회의에 참가, 어린이집 급식비 현실화를 먼저 제안했다. 저소득층 자녀들에 교육 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서울런'도 사업진행 방식상 논란과는 별개로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준비금은 전임 박원순 시장 때 시작한 중고등학생 지원 사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무상급식으로 시장직을 던졌던 오 시장이 교육 관련 문제에서 만큼은 보편·선별논란도, 전임 시장 흔적 여부도 따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보육이 해결되지 않고는 극심한 저출생 문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보편·선별을 떠나 보육의 국가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오 시장의) 기본 인식"이라고 말했다. 교육복지 관련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문제가 보육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입학준비금의 또다른 의미는 복지정책 수립 때마다 문제가 됐던 차별·역차별 논란을 모두 잠재웠다는 점이다. 서울의 초등학교 신입생이면 국공립, 사립은 물론 특수학교와 학교 밖 대안학교 학생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안교육기관은 제도권 학교와 달리 학기 중 수시로 입학하는 방식이라 대상자 수, 지급 방식도 유동적이다. 시가 대안교육기관 입학생 수(약 70명)를 추산하고 이들을 포함한 것은 '제외대상 솎아내기'에서 '지원대상 찾아내기'로 복지정책 접근방식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입학준비금은 부모의 소득과도 무관하다.

시의회 관계자는 "초중고를 합하면 약 20만 가구가 혜택을 입게 되는 것으로 코로나 극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교육 분야를 필두로 민생 현안에 대한 시와 시의회간 협치를 계속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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