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영면'

2022-01-10 11:35:35 게재

아들이어 민주화운동 헌신

추모 물결 속 사회장 진행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지난 9일 아들 곁으로 떠났다. 향년 82세. 장례는 사회장으로 진행된다. 발인은 오는 11일이며, 망월동 8묘역에 묻힌다.

고인은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 앞 민주화투쟁에 참여했던 아들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후 한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장례 후 곧바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가입해 아들을 대신해 민주주의를 염원하며 길거리에서 날을 지새웠다. 곁에는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고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 박정기씨가 함께했다.

강동원, 배은심 여사 빈소에 조문│영화배우 강동원이 9일 오후 광주 조선대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배은심 여사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강동원은 이한열 열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1987'에서 이 열사를 연기한 것을 계기로 이한열 기념사업회에 2억원을 기부하고, 배 여사와 인연을 이어왔다. 광주 연합뉴스


1998년에는 유가협회장을 맡아 422일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을 통해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끌어냈다. 2009년에는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싸웠다. 이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유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 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남겼다.

배 여사는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다시 쓰러져 광주광역시 조선대병원에서 숨졌다.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장례식장을 찾아 민주투사로 살다 간 고인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의 상징인 이한열 열사와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간 배은심 여사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빈소를 찾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애도했다.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에도 추모 물결이 계속됐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어머니! 참 안타깝고 죄송스럽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삶을 사시면서도 늘 더 힘든 자, 아픈 자들을 위로해 주시던 넉넉한 어머니"라고 애도했다.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탁용석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한 번도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것을 깊이 후회합니다. 부디 평안한 영면을 기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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