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격차 대응 못하면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
정보격차에서 국가영역 지능화 격차로 확대 … "종합적 대응책 준비해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디지털 격차가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고, 제 때에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적인 측면에서 디지털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기술예측센터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정책연구본부는 7일 미래 발생 가능한 디지털 격차를 사회 기술 경제 환경 영역별로 발굴한 '디지털 격차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기존에는 디지털 기기의 활용과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디지털 격차가 주로 발생했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차이로 디지털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며 "디지털 격차의 범위는 특정 분야에서 전 분야로 대폭 확대되고, 디지털 격차의 강도는 정보의 차이에서 생존에 위협을 미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적·사회적 격차의 원인 = 보고서는 디지털 격차가 중요한 이유로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디지털 격차가 개인의 경제·사회적 격차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식과 정보의 장악에 있어 선진국과 후진국 간 그리고 사회 주류와 소외계층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CT 기기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계층은 지식이 늘어나고 소득도 증가하는 반면,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발전하지 못해 양 계층 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 등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수준은 72.7%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또 "개인과 사회, 국가 간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격차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큰 격차로 이어지므로 초기에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고 밝혔다,
◆디지털 격차 2.0 시대 =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향후 발생 가능한 디지털 격차를 분석한 결과 기존 디지털 격차와 비교해 격차의 범위와 깊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기존 디지털 격차를 1.0,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격차를 2.0으로 구분했다.
연구자들은 '디지털 격차 1.0'은 개인 중심의 정보화 격차였다면 '디지털 격차 2.0'은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 영역의 지능화 격차로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 디지털 격차 2.0에서는 압도적인 디지털 기술역량을 활용해 단기간에 도달하기 어려운 '증강능력'이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강능력은 개인·기업·국가 수준에서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디지털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부의 창출, 시장지배력, 국가 안보 등의 측면에서 압도적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미래에는 디지털 격차가 사회 기술 환경 경제 정치의 전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며 "디지털 격차의 크기는 디지털 역량 수준에 따라 다르며, 증강능력의 차이로 유발되는 디지털 격차의 해소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일단 증강능력 수준의 격차가 발생하면 우위를 차지한 집단에 상당한 양의 자원이 집중되고 격차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격차 2.0 9대 분야 = 보고서는 디지털 격차 2.0 시대 주목해야 할 이슈를 개인·사회, 기업·산업, 국가·글로벌 3개영역 9개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개인·사회영역에서는 직무능력, 의료·건강수명, 문화자본·향유 격차 3가지 △기업·산업영역은 디지털 생산성, 친환경 전환 격차 2가지 △국가·글로벌영역에서는 교통·물류, 디지털행정, 알고리즘 국방, 사이버안보 격차 등 4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 일자리·직무능력 분야는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 활용 역량을 갖추었는가는 고용의 질과 직무능력 발휘에 영향을 주어 임금과 자산의 격차로 확대될 수 있다"며 "AI가 노동생산성을 보완하고 인간은 고차원 업무로 전환할수록 임금수준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산업영역 디지털 생산성과 관련해서는 "디지털 생산성 격차와 기회포착 격차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는 기업 환경에서 기회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효율적인 생산과정을 거쳐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측면에서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활용으로 인한 기업, 국가 간 격차가 시간에 따라 더욱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글로벌영역 알고리즘 국방에 대해서는 "알고리즘은 감시·정찰, 지휘통제, 군수관리에서 공격에 이르기까지 국방의 모든 분야에서 효율성과 정확성을 실현하고 국방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국들은 감시정찰, 사이버작전, 지휘통제, 자율살상무기 등의 국방 분야에 AI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육·해·공, 사이버공간 전체를 통합 분석하는 능력에서 AI가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디지털 격차에서 열위에 속한 개인 기업 국가는 우위에 속한 주체들이 누리는 이점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국가의 경우 디지털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민 ETRI 책임연구원은 "향후 지능화 격차로 인한 개인, 기업, 국가 간 거대한 디지털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종합적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대응책 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교육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