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여가부·200만원 … 윤석열, 관심 끌려고 무리수?
젊은 메시지팀, 지지율 하락 막으려 이슈 파이팅 급급
준비된 공약 대신 즉흥 대응 의심 … "국정이 놀이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김종인 선대위'를 해체하고 새 출발의 상징적 장면으로 보여준 건 '멸공 쇼핑'과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200만원 월급' 공약이었다. 유권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였다. 윤 후보와 후보 주변에 포진한 젊은 참모들이 지지율 반등을 위한 고육책으로 나름 이슈 파이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준비된 공약'이 아닌 '즉흥 대응'이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정이 재미로 하는 놀이냐"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비서실서 정무실로 이동 = 윤 후보는 '김종인 선대위'를 해체하고 규모를 줄인 선대본부를 만들었다. 자신의 취약점으로 지적된 메시지를 손보기 위해 메시지팀을 비서실에서 선대본부 정무실로 옮겼다. 팀원도 50대에서 2030대로 교체했다.
선대본부가 선보인 첫 작품은 '멸공 쇼핑'과 '여가부 폐지', '병사 200만원 월급' 공약이었다.
윤 후보는 8일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약콩을 사는 사진을 공개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던진 '멸공 논란'에 가세한 것으로 해석됐다. 나경원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멸공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윤 후보의 '멸공 쇼핑'은 크게 화제가 됐다.
윤 후보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 짜리 공약을 발표했다. 폐지라는 결론 외에 다른 설명은 없었다. 9일에는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고 올렸다. 이 공약에 대해선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할 때 그 희생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역할"이라는 짧은 설명만 덧붙였다.
윤 후보의 새 작품들은 일단 변화를 느끼게 하고, 이슈화가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사실 이전 선대위에서도 "네거티브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여론의 눈길을 사로잡을 이슈 파이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메시지는 간단명료하게 핵심만 던지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윤 후보와 기존 메시지팀은 수용하지 않았다.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윤 후보가 뒤늦게 젊은 참모들의 제안을 전격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르고보자? = 문제는 윤 후보의 새 작품이 이슈 파이팅에만 마음이 급한 나머지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다는 의심을 산다는 것이다.
윤 후보가 정용진 회장의 '멸공 논란' 직후 잽싸게 벌인 '멸공 쇼핑'은 무거운 주제를 너무 가볍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우려된다. 대중관계에 악재가 될 소지가 있는데 마치 젊은층이 즐기는 '인터넷 놀이'처럼 비쳐졌다는 것.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윤석열 후보를 포함한 한국 보수정치인들이 한국전쟁을 상기시키는 억만장자의 온라인 반공 캠페인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구시대적 색깔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부른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10일 "김종인체제에서 잠시 중도의 길을 걷나 했더니, 대놓고 일베놀이를 즐기며 극우와 보수의 품으로 돌아갔다"며 "자중지란 끝에 겨우 돌아온 윤석열표 선대위 대전략이 고작 국민 편 가르기고 구시대적 색깔론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도 선대본부나 정책본부와의 사전 논의 없이 즉흥적으로 던졌다는 관측이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10일 '여가부 폐지' 공약을 사전에 "몰랐다"고 밝혔다. 선대본부 어느 부서에서도 이같은 공약 발표를 사전에 검토하거나 협의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 구성된 선대본부는 지난 주말 무렵에서야 대부분 첫 회의를 가졌다. 여가부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 따른 면밀한 보완책이나 대책 마련 없이 윤 후보와 젊은 참모들이 "일단 지르고보자"는 식으로 공약을 발표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야권 인사는 11일 "지지율 하락에 마음이 급해진 윤 후보가 뒤늦게 젊은 참모들의 제안을 덥썩 받아든걸로 보인다"며 "아무리 급해도 준비도, 대책도 없이 후보가 움직이면 국정책임자로서 처신이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슈 파이팅이 급하더라도 후보가 국제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멸공 쇼핑'에 뛰어들고, 충분한 검토 없이 논란을 일으킬 공약을 던지는 장면이 반복되면 "국정이 재미 삼아 하는 놀이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