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노동이사, 시중은행도 영향권

2022-01-12 11:17:04 게재

금융노조, 단체교섭서 요구 검토

국책은행→시중은행 확대 수순

회장·은행장 선출에도 영향주나

공공기관에 노동자 또는 노동자가 추천하는 인사가 이사로 참여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금융권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법적인 강제 의무가 없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으로까지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장 금융권 노조는 노동이사제 확산에 적극적이어서 올해 산별교섭에서 쟁점이 될 수도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1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3개 국책은행이 의무 대상에서 빠졌지만 기관의 성격상 노동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시중은행으로 확대하는 문제와 이를 산별교섭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할지 문제는 내부 논의를 통해서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내부적으로 일부 반대도 있지만 시중은행으로 확산하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는 노동이사제가 의무 도입되는 신용보증기금과 예금보험공사 등 주요 금융공기업이 가입된 산별노조이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3곳과 주요 시중은행, 농협 및 수협은행, 지방은행 등이 망라돼 제2금융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사 노조가 참여하는 산별노조이다.

노조는 향후 의무도입 금융공기업→의무도입에서 빠진 국책은행→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등의 순서로 노동이사제의 확산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노조가 추천하는 인사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도 지속적으로 이사진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020년 초 취임할 때 노조와 도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은 어떤식으로든 노동자의 경영참여 수단으로 이사회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공기업과 국책은행은 노사가 갈등하면서도 직원평가 제도 등을 두고 노조의 의견이 상당수 반영돼 왔다. 특히 산업은행은 최대현 전 노조위원장이 최근 수석부행장에 임명돼 경영전반을 이끌고 있다. 기업은행도 시석중 전 노조위원장이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노조출신 인사의 경영참여가 상당정도 이뤄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시중은행이다. 시중은행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관련 법령과 내부 정관 등에 따라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어 당장 노조가 직접 참여하는 수준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의 경우 △금융공기업 및 국책은행과 갖는 영업의 동질성 △대주주의 부재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진행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노조의 이사회 참여 여건이 다른 민간부문에 비해 유리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노조의 영향아래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우리금융 지분의 9% 이상을 갖고 있어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이사진 참여가 가능할 정도다. 다만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측은 당장 이사회 참여가 큰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어서 이른 시간내에 노동이사의 실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노조도 그동안 꾸준히 이사회 참여를 추진했지만 적은 지분율과 주주의 반발에 막혀 실패했지만 언제라도 재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 노동이사제가 확산하고 노조 또는 노동자의 영향이 확대되면 궁극적으로 금융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 선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노조가 추천하는 인사가 이사회나 경영진 추천위원회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지만 목소리는 커질 것"이라며 "특히 정권교체기를 맞아 차기 정권의 성격도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나 추천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제도 도입에 찬성하면서 법개정이 급물살을 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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