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은행과 기아 문제 해결 나선 'K-곤충'
세계 빈곤 퇴치와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해 설립된 국제 금융기관인 '세계은행(WB)'과 식용곤충을 활용한 아프리카 기아 극복 사업을 함께 시작하는 행사를 지난 19일에 열었다. 세계은행이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곤충'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엔(UN) 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0억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많은 나라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단백질 등을 찾고 있는데, 최근 식용곤충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용곤충을 식품 또는 대체 단백질로 개발하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다. 식용 가능한 모든 곤충을 대상으로 할 수 있기에 생산자원이 풍부한 것은 물론, 생체 1kg 생산에 드는 사료의 양은 귀뚜라미의 경우 1.7kg으로 생산 효율 또한 높다. 사육 공간은 적게 필요하고,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도 식용곤충만의 장점이다. 더욱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고 단백질과 무기질 함량 등은 육류만큼 풍부하니 미래 식량으로는 제격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적으로 많은 인구가 곤충을 식용으로 활용해 왔으며, 곤충 식용이 환경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는 세계 식용곤충 시장이 2019년 1억1200만달러에서 급속히 성장해 2024년까지 7억1000만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곤충으로 만든 에너지 바가 개발돼 판매 중이며, 스위스의 한 기업은 곤충을 이용한 버거 패티를 만들어 매장과 외식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북유럽 감성으로 잘 알려진 이케아에서도 딱정벌레 애벌레로 만든 버거와 미트볼 등 음식 조리법 20가지를 담은 요리책을 출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용곤충 시장은 해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곤충산업에 종사하는 농가는 지난해 기준 2873농가로 늘어나고 2030년까지는 6309억원으로 산업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곤충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2011년 정부가 곤충산업법을 제정한 후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곤충산업에 종사하는 민간과 체계적으로 협력해 온 결과다. 법적으로 허용된 식품원료 곤충은 2014년까지 누에번데기, 메뚜기, 백강잠 등 3품목에 불과했으나 농촌진흥청에서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등을 식품원료로 인정받아 현재는 10종에 달한다. 식용곤충으로 만든 가공제품도 180여종 이상 개발돼 새로운 식품으로 당당히 사랑받는 중이다.
이렇게 발전해 온 기술을 바탕으로 곤충은 의약품, 신소재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무한한 가치를 인정받으며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향했다. 현재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이다. 농촌진흥청과 세계은행은 이곳에 한국의 우수 농업기술을 전수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5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남수단, 케냐, 말라위, 짐바브웨 등에 식용곤충 생산을 위한 한국의 곤충산업 육성 경험을 공유하고 식용곤충 생산기술 지식 등을 전수할 예정이다.
곤충의 크기는 작으나 그 가치만큼은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금은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미래에는 90억 인구를 먹여 살릴 귀한 식량으로 K-곤충의 역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