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마다 '빛의 거리' 효과 톡톡

2022-01-25 12:53:35 게재

조명에 우울감↓ 외부 방문객↑

축제 대체·관광 명소화 앞당겨

"빛 조형물이 포토존 역할을 하면서 동네 명물이 돼가고 있어요. 분위기도 좋아지고 덕분에 손님도 늘었죠." "자유롭게 여행도 가지 못하고 답답했는데 집 근처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아요."

서울 마포구 용강동과 광진구 자양동. 정 반대 지역인 서북권과 동남권이지만 주민들은 '통'하는 게 있다. 마포와 광진을 비롯해 자치구마다 '빛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주민들은 코로나 우울감을 덜고 골목상점가가 활성화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축제를 대체하고 대표 관광지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서울 자치구가 지역 곳곳을 빛으로 꾸며 코로나로 인한 주민들 우울감을 덜고 상점가와 관광명소에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원구 불빛정원, 광진구 그림자 포토존, 서대문구 연세로, 마포구 용강동 빛거리다. 사진 자치구 제공


마포구는 대표 관광지인 홍대거리에서 운영하던 빛거리를 용강동 상점가로 확대해 다음달까지 운영한다. 홍대거리 입구에는 별빛을 주제로 한 4m 높이 조형물과 함께 하트 무지개 등 포토존을 설치했고 용강동에는 은하수가 흐르도록 했다. 조선 전기 유학자 토정 이지함 선생 동상이 설치된 사거리의 나무들은 별들이 잠깐 쉬어가는 곳이다.

광진구 광장동 일대는 '소원·희망의 빛 거리'로 탈바꿈했다. 해마다 진행하던 아차산 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다음달까지 빛을 통해 꿈 소원 희망 등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구의동 광진숲나루, 광장동 아차산 어울림광장과 광진교 북단까지 3곳에 각각 '오색별빛 사랑의 거리' '꿈·희망의 빛 광장' '소원 이룸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 가족과 연인 친구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보름달 속에 그림자를 남길 수 있는 포토존, 역병을 물리치는 검은 호랑이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이웃 광진구와 광진교 축제를 열던 강동구는 코로나로 대규모 잔치가 어려워지자 그 공간을 '빛의 다리'로 꾸몄다. '안녕? 강동'을 주제로 빛 전시와 함께 각종 놀거리를 조성해 보행교를 건너는 주민들이 쉬면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다음달 13일까지 동물 모양 조명과 빛 터널 등이 선보인다.

서대문구는 신촌 연세로부터 창천동 명물거리, 대현동 신촌 기차역 광장까지 경관조명과 함께 포토존, 빛의 나무 등을 조성했다. 당초 1월 말까지만 운영할 계획이었는데 주민들 호응에 힙입어 2월까지 연장했다. 이웃 은평구는 녹번동 근린공원을 '신비의 숲'으로 바꿔 매일 저녁 불을 밝힌다. 빛 터널과 은하수 조명, 전설 속 동물 유니콘 등 신비로움과 희망을 상징하는 경관조명과 함께 희망을 담은 문구를 내걸었다.

노원구는 아예 불빛정원을 조성해 주민과 외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공릉동 경춘선숲길 화랑대역 철도공원 내 3만8000㎡에 불빛터널 은하수정원 음악의정원 숲속동화나라 등을 꾸몄다. 코로나 영향에도 불구하고 조성 2년만에 30만명이 다녀갔고 자활근로자 4명 일자리 창출도 했다.

주민들이 앞장서 요구하기도 한다. 중구는 2019년 을지로 조명축제때 세운상가 데크에 전구를 매달았는데 상인들 요청을 반영, 계속 유지하고 있다. 강동구도 성내동 강풀만화거리 조명이 호응을 얻자 인근 쭈꾸미골목까지 연장했다. 44년간 가게를 운영 중인 전 모(72)씨는 "큰길 건너편에서도 눈에 띄고 지나던 사람들도 가게 안쪽까지 들여다본다"며 "조명을 설치한 뒤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서초구는 양재천 영동2교 다리 밑을 빛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예술공간으로 꾸몄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 지원과 주민들 문화 향유를 겸해 증강현실 작품을 선보인다. 이지운 한성대 조명디자인과 교수는 "야간 조명을 통해 관광지 방문객 급증 효과는 입증됐다"며 "외부활동을 유도하고 상점가로 발길을 유인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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