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K-배터리' 앞에 놓인 과제

2022-01-27 11:31:01 게재
한국 이차전지산업(K-배터리)의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가 각각 2, 5, 6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3개 기업이 동시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전기차 3대 시장인 미국 진출도 K-배터리가 압도적이다. 미국 내 건설중이거나 예정인 13개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가운데 11개가 국내 3사 관련 설비다. 유럽시장에서도 선제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올해 전기차 시장(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준) 규모를 433GWh로 전년 대비 60%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는 두배 넘게 규모가 커졌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산업전망에서 이차전지 기상도가 내수와 수입은 '아주 맑음'(전년 대비 증가율 10% 이상)을, 수출과 생산은 '맑음'(5~10%)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K-배터리가 계속 장밋빛일지는 미지수다. 우선 K-배터리의 다양성 부족이다. 삼원계 리튬이온배터리에 주력한 우리와 달리 중국은 상대적으로 값싸고 안전한 리튬인산철배터리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그동안 중국 배터리기업은 자국내에서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우고 기술력을 높였다. 지난해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이 2위로 올라선 점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시장 한국 3사 점유율은 2020년 34.5%에서 지난해 30.8%로 떨어졌다. CATL을 앞세운 중국 기업 점유율은 35.3%에서 46.7%로 크게 뛰었다. '테슬라모델3'에 리튬인산철배터리가 장착된 이후 삼원계 리튬이온배터리 독주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화재사고도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화재에 강한 리튬인산철배터리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차전지 원료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점도 리스크다. 리튬을 비롯,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 대부분의 이차전지 원자재를 중국에서 공급받는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일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원료공급망 다변화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원료를 구하기 쉬운 나트륨이온배터리 등 다양한 전지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새로운 배터리 개발에 나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일과 원자재 안정적 수급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는 민간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벅차다. 정부 의지와 실행이 필요하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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