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문화콘텐츠기업 자금 공급 … '금융 오아시스'
IBK기업은행, 문화산업 지원 10년 결실
총 6조원 공급 … 1000만 영화 9편 투자
"향후 10년, 영상·비영상·뉴미디어로"
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자금지원을 시작한지 10년을 맞았다. 2012년 관련 팀을 신설하고,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지원이 본격화됐다. 지난 10년간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에 대한 누적 자금공급 총액은 5조5840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비중은 역시 중소기업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행의 특성에 맞게 영화 및 방송프로그램 제작이나 게임, 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콘텐츠 관련 영세업체에 대한 대출이다. 문제는 영세한 문화산업 제작회사의 대출상환 능력 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금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보증기금에 자본금을 출연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증한도를 높여 제 때에 자금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체육부 등 관련 정부 부처 및 기관과 협력도 필수다.
기업은행측은 K콘텐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을 하는 중소업체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이라는 입장이다. 문화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2.1명으로 반도체(3명)나 자동차(6.8명)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최근 K팝을 넘어 K드라마와 영화로 확산하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이런 중소 영세업체들이 실핏줄같이 연결돼 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 축은 적극적인 투자다. 고객이 맡긴 돈을 기반으로 대출과 투자를 하는 은행의 입장에서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는 위험성이 크다. '대박'과 '쪽박'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프로젝트 투자는 관련 작품(상품)의 수익성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만큼 시장에 대한 안목과 감각이 있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관련 콘텐츠에 1472억원의 직접투자와 764억원의 간접투자를 했는데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영화 분야에서 실적이 뚜렷하다. 역대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19편 가운데 9편에 직접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일부 작품은 한마디로 대박을 터뜨려 투자액의 3배 이상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기업은행의 특성상 돈벌이에만 나설 수도 없다.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저예산 영화 △저예산 창작 뮤지컬 △대학로 창작공연 등 기존 투자업계에서 소외받는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도 전체 1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전반을 총괄하는 정성희 부장은 "10년 전에 아무도 문화콘텐츠 산업에 주목하지 않던 때부터 일관되게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를 지속한 것이 최근 꽃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꾸준히 K콘텐츠 강화를 위해 IBK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의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시작했다. 이미 글로벌OTT를 비롯해 콘텐츠 유통의 근본적인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투자의 대상과 방법 등도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넘어 비영상 분야와 다양한 뉴미디어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업체의 우수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의 확보와 유지가 개별 기업은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절실해졌다는 평가다.
정 부장은 "중소제작사의 저작권을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파이낸싱이 중요하다"며 "기업은행의 고유한 역할인 중소기업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IP금융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 문화부, 방통위와도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