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40만명의 무게
오미크론 확산은 현실이 되었고, 소상공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2021년 12월에 발표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전년도보다 13만1000개(4.7%)증가했다. 반면에 매출액은 1100만원(4.5%)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무려 1400만원(43.1%) 줄었다.
소상공인 경영위기에 소진공 역할이 커지고 있다. 2019년 2조7000억원을 집행하던 기관에서 2021년에는 재난지원금을 포함해 22조6000억원 규모의 정부예산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도약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비롯하여 재난지원금인 새희망자금부터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금(손실보상금 선지급)까지 현장의 일선에서 그 사명을 다하고 있다.
재난지원 초기에는 본부직원 50% 이상을 지역센터로 파견해 코로나19 재난지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그렇지만 분명한 한계점은 있다. 한정된 여건 속에서 재난지원TF 운영을 위한 빈번한 조직개편과 인력차출 등 조직운영에 많은 진통이 있었다.
지난해 전담팀의 한 직원이 건강악화로 병원에 후송되는 일이 있었다. 기저질환 등이 없었던 것을 고려할 때 긴급하게 추진된 업무와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한 몫 하였을 것이다. 최근에도 스트레스성 위경련, 정신질환 등으로 심리상담을 받는 직원이 다수 발생했고 매년 증가 추세다.
모든 사건·사고는 발생하기 전에 분명한 조짐을 보인다.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강성민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소상공인 피해지원의 첨병 역할을 하는 직원의 사기저하로 이어져 업무효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몇해 전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인 임중도원(任重道遠)이 떠오른다. 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소상공인 종사자수는 무려 640만명에 이르며 위기극복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결코 단거리가 아니다.
짊어진 무게를 잘 수행하려면 공단직원 800명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지난해 일부 인력증원과 신규센터 개소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소진공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중 처우가 가장 낮다. 낮은 연봉으로 인한 사기저하, 동료 직원의 퇴사, 신체·정신적 질병으로 인한 잦은 휴직은 직원들이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신호다.
소진공 역할을 다 해내기 위해서는 업무환경 개선을 통한 인재(人材)관리가 우선이다. 임인년은 소상공인의 경영정상화와 함께 소진공의 처우 정상화를 이루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