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너지 혁신의 씨앗│인터뷰-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환경과 에너지 칸막이 없애 탄소중립 속도낸다"

2022-02-14 11:02:42 게재

발상의 전환, 자원순환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발굴 … 시민사회 폭넓은 생각과 기술력 융합해 성과 보여줄 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다시 거론되고 있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기후분야 전문가이자 시민사회 출신인 안병옥(59)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영국이 기후에너지부를 뒀는데 얼마 가지 않아 없애는 등 해외에서도 그 사례가 많지는 않다"며 "다른 나라에서 안했으니 우리도 못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그들이 왜 다시 본디 조직으로 회귀했는지, 그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서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파적인 접근보다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 어떤 실익이 있을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일지 등을 따져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안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한국환경공단에서 이뤄졌다.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2019년 4월 ~ 2021년 4월) △ 국회기후변화포럼 부설 기후변화정책연구소 소장 (2019년 2월 ~ 2021년 8월) △ 환경보전협회 회장 (2021년 4월 ~ 12월) △ 독일 에센대학교 대학원 응용생태학 이학박사(2002년 6월) △ 서울대학교 대학원 해양생물학 이학석사(1986년 2월) △ 서울대학교 해양학 학사(1984년 2월) 사진 이의종

■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2017년에도 나온 얘기인데, 장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정책이 산업정책에 종속되다 보니까 에너지 시장에서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걸음이 기후에너지부라고 생각한다. 산업정책으로부터 에너지정책의 독립은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런데 그 이후가 고민이다. 에너지부 기후에너지부 환경에너지부 등 다양한 얘기들이 있었고 각각 장단점이 있다.

환경에너지부는 대부처주의(부처통합)와 가까운 구조로 최근 추구하는 방향과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반면 에너지부로 갈 때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다.

기후변화와 대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다. 대기정책을 환경에서 떼어낼 수는 없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이 동떨어지게 되면 파생되는 부작용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다 고민하고 어떤 방안이 현명할지 선택해야 한다.

■ 탄소중립은 정권과 관계없이 전세계적인 추세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진 2조5000억원 규모의 기후위기 대응 기금을 수탁·운영하게 됐다. 어렵게 만들어진 기금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이도록 하는 게 한국환경공단의 중요한 업무다.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 제도가 시행되면서 모든 정부 정책과 계획을 탄소중립 관점에서 스크린을 해야 한다. 이런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영국밖에 없다.

영국의 경우 각 부처가 하는 사업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규정할지, 온실가스 배출 예상치 추정 등을 둘러싸고 어려움이 많았다. 도입 초기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리는 영국의 사례를 보고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을 심도있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민을 토대로 한국환경공단에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게다가 한국환경공단은 공공기관 중 환경 분야에서 맏형 격이다. 당연히 탄소중립 업무를 앞장서서 끌고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환경공단이 스스로 탄소중립 로드맵을 잘 만들어서 실천해야 한다. 이 로드맵이 올해 말까지는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물론 한국환경공단은 수열에너지 태양광 등의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다. 탄소중립에 앞장서기에는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공공기관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 탄소중립은 에너지가 핵심인데, 한국환경공단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 않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약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탄소중립 실현은 어렵다. 부처 혹은 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려고 한다.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한국에너지공단과 손잡고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원순환과 에너지 분야가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하수찌꺼기 등 유기성 폐자원도 관점을 달리하면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원료가 될 수 있다. 쓰레기를 바이오가스로 탈바꿈시켜 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미 한국환경공단은 통합 바이오가스 사업을 통해 유기성 폐자원들을 천연가스로 만들고 있고 기술력도 상당하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법 중 하나인 화학적 열분해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외에도 한국환경공단의 시설과 부지가 많이 있다.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 만약 조직이 공사 형태였다면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지나치게 업무가 다양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는데, 추가로 새로운 분야를 만드는 건 무리 아닌가.

한국환경공단이 하는 업무 중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다. 워낙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유사하고 중복된 업무가 서로 다른 팀에서 이뤄지고 있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환경부 등과 추가적으로 상의는 해야겠지만 한국환경공단이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는 강화하고 아닌 부분은 정리할 생각이다. 미래 사업 전략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한 예로 압수물 보관하는 일을 한국환경공단이 해왔는데 계속해야 할지 의문이다. 설립 배경이나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찰청 등으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경찰청에서도 공감을 하고 있다.

■ 리더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업무는 실무진들이 한다.

이미 직원들과 토론을 했다. 그러던 중 통합환경허가제도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연결시키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통합환경허가제 중 심사업무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업장 약 1300곳을 대상으로 허가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 어느 분야에서 어느 정도 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ESG 평가 시 활용할 수 있다. 어떻게 이를 연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통합환경허가제와 연관된 부서들이 조직 내에서 분산되어 있는데, 우선 이를 연계하고 통합해서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조직 체질 개선이 제대로 되면 한국환경공단이 가진 기술력을 집약할 수 있고 기업 ESG 업무를 평가하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환경 분야는 기업을 규제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기업 활동 촉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능이 얼마만큼 큰지 의문이다.

시민사회의 폭넓은 생각과 한국환경공단의 기술력이 한 항아리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환경공단은 환경기업들의 활동을 촉진하고 신기술이나 신사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역할을 해야 한다. 탄소중립 분야에서 앞으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촉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다. 단순히 기술만을 만드는데 그치면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기술을 어떻게 적용을 하고 어떤 사람에게 혜택을 줄지 등을 폭넓게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직 구상 단계이지만 이러한 고민을 하는 기업들을 위해 '사회혁신 스튜디오'(가칭)를 만들 계획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를 할 때 더 발전될 수 있다.

사업가들이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마인드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 그동안 알고도 풀지 못한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 그 해법이 새로운 스타트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2030세대의 계층적인 어려움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한국환경공단은 그동안 전문성을 가진 기관으로서 환경정책 방향을 뒷받침하고 구현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같이 논의하고 토론하는 경험은 많이 축적되지 못했다. 10년 20년 뒤의 조직을 생각하면 이를 보완해 혁신의 씨앗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소통을 강화해 폭넓은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 한다.


[알쏭달쏭 어려운 환경용어 설명]
■ 바이오가스 = 음식물쓰레기 등을 분해(혐기성소화)할 때 생산되는 수소나 메탄 등을 말한다. 이 메탄가스 등을 에너지화해 각종 발전연료 등으로 사용한다. 폐자원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 에너지 수입 의존율을 줄이기 위한 한 방편이다.

■ 통합환경허가제도 = 대기 수질 등과 관련된 6개 법률 소관 10개의 인허가를 사업장 단위에서 통합 관리함으로써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 사업장은 1.6%에 불과하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은 70%를 차지한다. 2017년부터 종전 사업장에 대해 매년 업종별 유예기간(4년)을 적용해 연차별로 시행하고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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