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통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2022-02-17 11:40:06 게재
서덕호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한 심야시간대 영업제한과 의무휴업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많은 실효성 논란에도 규제가 유지되고 있다.

점점 뽑기 힘든 대못 규제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온라인쇼핑을 필두로 편의점 식자재마트 TV홈쇼핑 등 대체 유통채널이 발달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불편의 정도가 줄어들었고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측은지심 또한 작동하는 것 같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1월에 발표한 2021년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유통과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5.7%, 24.1%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와 SSM 매출은 각각 2.3%, 9.1% 감소했다. 대형마트와 SSM이 소비트렌드 변화 대응과 비즈니스 혁신에 실패한 탓일 수도 있지만 10년 동안 유지되어 온 규제가 경쟁무대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든 것 또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통계는 또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데 그다지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체 소매시장 매출은 26.8% 늘었는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포함한 전문소매점 분야 매출은 같은 기간 오히려 7.3% 감소했다.

10년 규제가 기울어진 운동장 만들어

온라인유통이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에 40%를 넘어섰다. 새로운 업태의 출현으로 유통산업 내 경쟁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일부 오프라인점포만을 선택적으로 규제한다고 소상공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모든 유통채널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면 다른 쪽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유통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유통산업의 혁신과 R&D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산 중 유통산업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규모는 약 130억원에 불과하다. 유통기업들이 전자결제 스마트물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의 신기술을 접목해 유망 신사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예산의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

소상공인들의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보호를 넘어 중장기 비즈니스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지원이어야 한다. 예컨대 무인점포 전환에 필요한 스마트 기술과 관련 장비 도입 지원, 중소유통 풀필먼트센터 구축 지원, 온라인판로 개척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 지원, 온라인쇼핑몰 입점 지원, 실시간 방송판매 지원, 필요한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유통과 소상공인 간의 상생협력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 당사자들 간의 자발적인 협력이 원칙이겠지만 정부가 촉매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유통 플랫폼 기업과 이를 활용하는 제조업체와 소상공인 간에도 동반성장이 달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유통정책, 환경변화 맞춰 진화해야

유통은 산업이자 시스템이며 생태계다. 제조 서비스 물류 금융 등의 연관산업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인구구조 가구형태 생산 무역 기술 등 수많은 환경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유통정책도 이러한 주변 환경의 변화와 유통산업 내 새로운 경쟁구도를 반영해 발전적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