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량 위기의 안전망, 농업과학 기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처음 나온 것은 2019년 말이다.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세계보건기구는 급기야 2020년 3월에 팬데믹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UN 산하기구인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코로나 영향으로 국제 거래가 줄어든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2020년 2월부터 세계식량가격지수는 4개월 연속 내렸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이 잡히지 않으면서 각 나라는 자국 식량안보를 걱정하느라 수출을 막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일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식량 위기는 주로 저개발국에 집중되었으며, 미국 캐나다 EU 등 선진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밀가루값만 34% 정도 올랐을 뿐 큰 영향이 없었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 농림·식품 기술 수준의 향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8위 수준의 농림·식품 기술 보유 국가로 최고 수준인 미국과 비교해 82.3%, 기술격차는 3.1년에 불과하다.
축적된 한 나라의 기술력은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일본발 불화수소 사태나 작년 중국발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국제 원자재 수급 불안정은 언제든 위기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식량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주식인 쌀의 자급 달성과 사계절 신선채소를 재배하여 먹을 수 있도록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달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농림·식품 전 분야에 걸친 높은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품종에 의존했던 딸기의 국산 품종 보급률이 96.3%까지 이루는 품종 독립 저변에는 세계 5위 수준의 농업유전자원 활용과 미국 대비 87.1% 수준의 육종 기술이 있었다. 이젠 역으로 정보통신이나 생명과학 등 첨단기술이 농업에 도입되기도 하는데,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선정한 첫 고객은 농업용 원격조정 트랙터로, 빅데이터 기반의 4차산업혁명 기술이 농업에 적용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농업기술과 과학기술은 쌍두마차처럼 서로를 견인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첨단 우주 기술로 화성에 발을 내딛겠지만, 화성에 발을 딛는 순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식량 생산일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와 식량안보에 따른 교역 축소로 당분간 세계식량가격지수는 꾸준히 오를 것이다. 녹색혁명으로 우리 민족이 배고픔에서 해방되어 경제 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듯이, 이제 경제 발전에 기반한 4차산업혁명의 첨단과학기술이 농업생명기술과 융복합되어 식량 안전망 확보와 미래 성장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