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역 무료 와이파이 무산되나

2022-02-24 12:16:23 게재

서울시 까치온 운영 중단, 통신사 이관

"사업방식·운영주체 바뀔뿐 무료 계속"

과금문제 가능성, 공공망 효과 사라져

서울시가 자가망 구축을 통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포기했다. 대신 과기부와 통신사가 사업을 이어받는다. 시민 입장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건 당장 변함이 없다. 하지만 민간에 넘어간 무료 서비스의 지속가능성, 서울시 자체망 구축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공익적 기대 효과가 사라지는 문제가 제기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그간 논란이 됐던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 자가망 대신 통신사와 협업해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사업을 접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무료와이파이 사업이 끝났냐는 문의도 쇄도했다.

서울시가 자가망 구축을 통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중단한다. 남아있는 망 구축과 운영은 통신사들이 담당하게 된다. 현재 서울시에는 1800여대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돼 있고 향후 1만1000대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설치 모습. 사진 서울시 제공


결론적으로 무료와이파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시에 따르면 사업 방식 조정을 통해 당초 목표한 1만1030대 와이파이는 지속적으로 설치한다. 단 망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은 서울시가 아닌 통신 기업들이 맡게 된다. 설치하다가 중단한 나머지 망을 구축하는 비용도 과기부와 통신사가 분담한다. 운영비는 기본적으로 통신사 부담이지만 망 사용료, 운영비 분담 등을 놓고 서울시와 과기부, 통신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와이파이 무료 사용은 계속 =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문제가 됐던 것은 위법·중복 논란 때문이다. 과기부는 서울시의 자가망 구축을 통한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통신서비스 제공 자격을 제한한 현행법에 저촉된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서울시가 쉽게 사업을 포기하지 않자 과기부는 고발까지 거론하며 시를 압박했다. 청와대 중재로 위법을 피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서울시 산하 디지털재단이 해당 사업을 맡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자본금 규모, 전문 인력 확보 등 사업 수행 요건이 디지털재단과 맞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시는 사업을 접기로 한 핵심 배경이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자체적으로 망을 구축해 무료와이파이를 전역에 제공하려던 계획은 불발됐지만 구축과 운영을 민간에서 할 뿐 시민 입장에서 공짜로 와이파이를 쓰는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사업을 포기한 것이 박원순 지우기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박 전 시장 시절보다 추진동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이 갈등은 과기부·통신사와 서울시 간 대립이었지 전·현임 시장 사이 정치 싸움 소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망 운영을 민간이 하는데도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한 것은 사용료를 서울시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시민이 낼 와이파이 사용료를 공공이 내는 구조다. 구축비는 들지만 통신사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손해가 없는 장사다. 데이터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망 임대에 따른 비용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망 포기, 기회비용 손실 커 = 서울시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과제가 있다. 당장은 시 부담으로 무료와이파이를 쓸 수 있지만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통신사가 이용료를 올리거나 수익성 위주로 망을 구축·운영할 경우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 통신사와 서울시 간 협상이 결렬되면 서울시는 시민을 대신해 요금을 내지 않고 통신사는 무료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가 사라진다. 한국 통신사들은 해외 주요국가들과 달리 망 사용료, 이른바 데이터 사용료를 과도하게 매기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서비스 운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문자 메시지도 카카오톡 등 무료 메신저가 출현하고 나서야 요금을 내렸다.

공공망 구축에 따른 부가 혜택을 얻을 수 없게 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각종 공공 서비스도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추세다. 자가망이 구축됐다면 통신 서비스 뿐 아니라 다양한 행정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었다. 특히 민간이 접근하면 위험도가 커지는 개인정보 보호,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각종 행정 혁신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서울시의회 한 관계자는 "사태의 본질은 결국 과기부와 통신사들이 자기영역 지키기, 이른바 '나와바리' 싸움에서 서울시를 이긴 것"이라며 "공룡기업들인 통신재벌들 손에 사업이 넘어간 이상 지속적인 감시, 견제 없이는 무료 서비스를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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