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주식으로 번 돈은 세금 안내도 되나
연말정산 시즌이 지나가고 있다.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직장인의 월급봉투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세금은 없다. 수입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물론, 갈수록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절세방안도 거의 없다. 기껏해야 세금혜택을 받는 각종 저축에 가입하는 정도다. 예전에는 가짜 기부금 영수증도 받아서 세금을 덜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붕어빵 1000원어치를 살 때도 포장마차에 적힌 계좌번호에 입금하는 세계 최강 조세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이제 직장인의 탈세는 불가능하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라면 한그릇 팔아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상황에서 세금을 적게 신고할 방법은 거의 없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자영업자 사이에는 "소득세 내는 달은 적자 때문에 대출받아야 하고, 부가가치세 납부하는 달은 집에 가지고 갈 돈이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1년에 다섯 달은 세금 때문에 장사해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 얘기다.
현행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 자체가 기형적
그런데 요즘 주식을 팔아서 번 돈에는 세금을 한푼도 걷지 않겠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이미 세법개정이 돼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라는 이름으로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예정인데 난데없이 세금을 면제해주자고 한다. 더구나 지금 내고 있는 세금까지 없애겠단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주주 또는 비상장주식을 팔아 이익을 얻는 주주에게만 세금을 부과한다. 대주주는 코스피 종목의 경우 종목별로 1% 또는 10억원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를 말한다. 종목별이기 때문에 여러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면 10억원이 훨씬 넘는 주식을 보유해도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그동안 대주주의 범위를 축소하자는 논의가 계속돼온 이유다. 예정대로라면 종목별 1% 또는 3억원으로 범위가 줄어들어 공정과세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때문에 대주주의 범위를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세금이라고 하면 원칙적으로 과세를 하고 예외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가 '기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세금과 반대로 원칙적으로 과세를 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과세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어서다. 이마저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그런데 기존의 주식양도차익 과세마저 없애면 대주주 또는 지배주주는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재산을 이전해 주거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게 된다.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절박한 상황에 대해 논하자면 자영업자와 직장인의 세금부터 면제해줘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는 소액투자자가 세금부담을 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1년에 5000만원까지 기본공제를 해주고, 다른 투자소득과 손익을 합해서 차감할 수 있도록 했고, 만약 손해만 보고 이익이 없으면 5년 동안 발생할 이익에서 빼주도록 했다.
투자자가 우리나라 떠나는 것은 세금 때문이 아니야
주식투자자가 우리나라를 떠나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 아니다. 대주주나 지배주주가 동학개미의 뒤통수를 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핵심은 세금이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세금부담이 없는 우리나라 주식 대신 비싼 세금 내는 외국주식을 사는 현실이 그 반증이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토론을 거쳐서 이끌어낸 사회적 합의물이다. 땀 흘려 일해서 번 돈에는 철저하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주식을 투자해서 번 소득에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게 한다면 우리사회는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겠는가? 근면과 성실로 일으켜 세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