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적 코호트 격리 인권침해 우려"
인권위 노인요양시설 실태조사 용역보고서 … 법적 근거 불분명·정신건강 악화
2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코로나19 관련 노인요양시설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하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법적,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며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인권위가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위탁해 어유경 부연구위원 등 5명이 연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 보고서는 인권위가 공식 입장을 내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후 지난해 9월까지 코호트 격리(예방적 코호트 격리 포함)를 실시한 노인요양시설은 446개로 전체 노인요양시설의 약 11.6%에 달한다. 이 중 110개 시설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코호트 격리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를 뜻한다.
코호트 격리가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게 미친 부정적 영향은 상당했다. 연구진이 지난해 11월 5일∼12월 15일 약 40일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운영되는 노인요양시설 60곳의 종사자(요양보호사) 125명과 입소자 28명 등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은 건강·정신상태 면에서 악화를 경험했다. 이들 시설 중 코호트 격리를 경험한 시설은 19곳, 예방적 코호트 격리 경험 시설은 29곳, 미격리 시설 12곳이다.
격리를 경험한 시설 입소자의 경우 응답자의 21.4%가 코호트 격리 전보다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시설 종사자 역시 노동강도 강화, 업무 스트레스 및 불안 증가로 인해 신체·정신적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 코호트 격리를 겪은 시설 종사자의 26.0%는 이전보다 정신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답했고, 신체적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응답자는 18.0%였다. 특히 종사자의 18.4%는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입소자의 문제행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곤 했는데, 모욕적인 비난이나 욕설, 고함 같은 언어폭력이 다수였다.
그 외에도 질적 조사 결과에선 시설 입소자들은 장기간 외출, 외박이 금지되고 산책과 면회도 제한적인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울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지속적으로 표현했고 치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종사자들은 평상시보다 1인당 더 많은 입소자를 돌보느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지만 대체인력 지원은 없었고 휴식 부족, 수면 부족을 겪었다.
연구진은 코호트 격리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일부 존재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기구나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인권측면 고려가 다소 미비하다는 점을 짚었다. 연구진은 "각국에선 격리기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배제 및 고립을 경감시키기 위한 이행방안을 강구한다"면서 "국제비교할 때 우리나라 정부 및 지자체의 지침은 비교적 구체화되었지만 입소자의 건강권, 외부교통권, 자기결정권 등 인권 측면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예방적 코호트 격리 조치에 대해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연구진은 특히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한 지자체마다 법적 근거를 다르게 적용한 점을 지적했다. 경남은 감염병예방법과 재난안전법, 행정절차법을, 경북은 재난안전법을, 충북과 전남은 감염병예방법을 각각 근거로 삼았다. 일부 시설의 경우 지자체 정책과 상관없이 시설 재량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일부 지역이나 시설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해 인권 측면에서 논란이 됐다"며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하지 않도록 지침에 명시하고, 불가피한 코호트 격리 시 규모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입소자의 면회·외출·외박 제한을 완화하고 정서적 지원을 강화해 건강권을 보호할 것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노인요양시설 같은 집단 시설보다는 지역사회 거주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돌봄 방식이 변화하고, 입소자 수 대비 종사자 수 기준을 강화해 업무 과중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