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우크라이나전쟁과 세계정세 변화

2022-03-02 11:24:13 게재
장윤종 KDI 초청연구위원,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

세계의 이목이 온통 우크라이나에 쏠리고 있다. 러시아가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함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이 감동 스토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예상 밖의 선전은 세계정세의 변화를 몰고 올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다. 변화의 특징들을 살펴보자.

세상 변화에 둔감한 러시아는 큰 위기에 직면

첫째, 옛 소련의 영화를 되찾고자 하는 러시아는 반대로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은 대전차무기 1000정과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무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우크라이나어 이름)를 비롯해 주요 거점 도시들을 점령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전력은 서방에서 지원된 무기를 가지고 국내외에 분산해 계속 저항할 것이다.

이 경우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전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국내경제는 서방의 제재로 활력을 잃을 것이다. 이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라는 금융제재로 루블화 가치는 침공 전 대비 40% 가까이 폭락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푸틴정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중국과의 협력밖에 없다.

둘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대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autocracy)가 대립하는 '신냉전'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민주국가 동맹 결집에 역점을 두었지만 실제 성과는 크지 못했다.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보여준 영웅적 저항은 동맹 결집에 결정적 모멘텀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등 당초 제재 동참에 소극적이었던 국가들이 상호 소통하면서 강력한 제재로 선회했다. 한편 중국은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민주국가와 권위국가 간의 진영대립은 첨예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핵심소재 공급망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전개되던 디커플링은 국제금융결제 분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셋째, 신냉전 패러다임 대신 개방형 세계화로 수렴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중국의 경우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에서 자력 혁신 전략을 추진하되, 그 성과가 여의치 않다면 러시아와 협력하는 신냉전 구도 대신 덩샤오핑이 주창했던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도 브레진스키가 주장했듯이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적대하는 것이 역부족이라면 중국과의 화해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은 그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화해의 방향으로 전략기조를 전환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국방분야가 신기술 선도하는 시대로 전환 예상

넷째,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각국은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첨단 국방기술 개발에 전력을 경주할 것이다. 독일은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못 미쳤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2%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0.95% 수준인 국방예산을 2%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조만간 국방 분야가 신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시대로 흐름이 바뀔 것이다.

끝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보았듯이 소국의 자주권 주장에 힘이 실리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 국제관계에서는 대국에 인접한 소국은 대국의 이해에 배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금기사항이었다. 그러나 지구촌 구석의 소식이 SNS를 통해 세계에 공유되고 인권의식이 고양되면서 금기는 불변이 아닌 것으로 변하고 있다.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기업과 정부는 변화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 배양에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