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현대제철 반복되는 중대산업재해
쇳물에 빠져 별정직 노동자 사망 … 안경덕 고용부장관 "중대재해처벌법 엄정 집행"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쇳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속노조에 따르면 2일 오전 5시 40분쯤 최 모(57)씨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냉연공장에서 대형용기(도금포트)에 떨어져 숨졌다. 도금포트(4×5m)는 철판 등을 도금하기 위한 아연을 485도로 녹여 액체로 만들기 위해 가열하는 설비다. 최씨는 아연을 녹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슬러지)를 제거하는 작업 중 참변을 당했다. 현장 주변에는 추락을 막을 방호울 등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금작업은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전부개정되면서 '도급' 금지작업로 규정할 정도로 위험·유해한 작업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사업주가 공정을 직접 관리하며 안전을 확보하라는 취지다.
개정 산안법이 2020년 1월 시행되면서 현대제철은 기존 사내하청업체에 도급줬던 도금작업을 직접고용 대신 별정직(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해 해당 공정을 운영해왔다. 최씨도 이때 별정직으로 채용됐다.
현대제철에서 아연 도금포트 추락사고는 4년전에도 있었다. 2018년 외주업체 소속의 60대 노동자가 아연 도금포트에 빠져 하반신에 큰 부상을 입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2004년 10월 한보철강을 인수해 가동을 시작한 뒤 중대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2010년 이후 노동자 30여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2013년 5월 전로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이 사고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200억원을 안전에 투자하고 전담 인력을 50명으로 늘리는 등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산재사고는 계속 발생했다.
지난해 4월에는 제철소 안에서 통근버스가 교량 아래로 추락해 운전자와 탑승자가 사망했다. 같은해 5월 1열연공장에서 노동자가 점검작업 도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고용부는 지난해 5월 현대제철 본사 감독과 당진제철소 특별근로감독을 벌였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깊은 애도를 드린다"며 "회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후속 수습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부 실·국장 및 8개 지방고용노동청장이 참석하는 '주요 기관장 회의'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고,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엄정하게 집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증거 확보, 인과관계 규명, 법리 검토 등 수사의 전 과정을 기관장께서 책임있게 진행해달라"고 깅조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올해 1월 27일부터 2월 26일까지 한달간 사업장 사망사고가 35건 발생해 4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건보다 17건, 사망자수는 전년 동기의 52명보다 10명 각각 줄었다.
하지만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 비중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