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정기주총 주목할 이슈 | ①주주제안 양적·질적 증가

지배구조 개선 촉구 … 적극적인 이사회 교체 시도로 발전

2022-03-03 11:34:45 게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경영권 영향 주는 제안 급증

2017년 이후 주주총회 통과 주주제안 13% 비율에 그쳐

기업 측 주주권 행사 제약에 가결 비율 15% → 2% 감소

지난 2016년 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 주주제안이 활성화되면서 지배구조 개선 촉구, 적극적인 이사회 교체 시도 등 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ESG에 대한 관심 증가, 1인 이상의 감사위원을 의무적으로 분리선임하도록 한 2020년 상법 개정이 기폭제가 되어 전례 없이 많은 주주제안이 상정됐다. 올해는 △배당 확대 △여성 사외이사 영입 △노동이사제의 법제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등 ESG 경영 강화 관련 주주제안 등이 주주총회에서 주목할 이슈로 꼽힌다.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 모두 정기주총에 앞서 활발한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간 주주제안 제기 현황과 올해 주총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상장기업에 대한 주주제안은 양적·질적으로 증가했다. 주주제안 건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주주제안 내용 또한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경영진에게 경영책임을 묻는 등 적극적인 양상을 띄는 등 기업의 질적 변화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한단계 발전했다.

 


하지만 주주제안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되는 비율은 오히려 낮아져 2017년 이후 주주총회를 통과한 주주제안은 평균 1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직접적인 주주제안 거부는 감소하지만, 안건의 구조 및 표결순서를 정할 수 있는 이사회가 표결절차를 활용해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사례가 매년 발견되고 있다. 높아진 주주의 관심만큼 기업 또한 주주제안 행사를 제약하는 주주총회 운영으로 주주제안에 대항하면서 주주제안 가결 비율은 15%에서 2%로 대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회사의 주주제안 대항으로 주주제안이 자동 폐기될 구조에서 주주의 주주총회 상정 포기가 많이 발생하는데, 주주 또한 정형적인 회사의 대항유형을 파악하여 무력화시도에 대응하는 안건을 동시에 상정하는 시나리오형 주주제안, 내용 뿐 아니라 표결절차에 대한 주주제안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원 선임 안건 비약적으로 증가 = 3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2017년을 기점으로 주주제안 건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임원의 선임 및 해임과 같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주주제안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기업지배구조원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주주제안이 제기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9사, 코스닥 시장 상장사 133사, 코넥스시장 상장사 4사, 기타법인 24사에 대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이전에는 흔하지 않았던 임원 해임 제안이 증가하면서 적극적으로 경영책임을 묻고 이사회 교체를 시도하는 현상이 확인된다. 특히 임원 선임 안건이 단독으로 제안되는 경우보다 이사회 교체를 용이하기 위한 정관 개정이 함께 제안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임원 선임 안건의 증가가 적극적인 형태의 주주제안들을 유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 정관 변경 주주제안은 중간배당 근거조항 신설, 액면분할을 통한 투자자 확대 등 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증대하는 내역으로, 매년 꾸준히 제기되는 주류의 정관 변경안건이었다.


국내에서 주주와 회사 사이의 협의를 토대로 원만하게 진행된 ESG 주주제안은 2015년 KSS해운 이익공유제 도입 승인의 건, 2017년 고려제강 임직원 복리후생 강화의 건 외에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주주 기대수준 한층 높아져 =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실시된 2017년 주주총회부터는 이사회 정원 확대, 경영권 방어수단 삭제 등 비효율적인 경영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선제 안건이 확대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집중투표제 채택, 대표이사-의장 분리, 횡령·배임 등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한 자에 대한 이사 자격 박탈, 전반적인 이사회 개선(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제고, 소위원회 설치 등)과 같이 이전에는 거의 제기되지 않았던 지배구조 체질 개선 요청이 주류로 자리 잡게 됐다.

유고은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2017년 이전에는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정관 변경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2017년 이후에는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지배구조 관행 개선 요청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이와 같은 변화는 기업에 대한 주주의 전반적인 기대수준이 한층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2017년 이전 주주제안은 주주제안 관철을 통한 경영진 모니터링 기능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스튜어드십 코드십 도입 이후에는 모니터링 수단 뿐 아니라 경영진에게 주주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주주 간, 주주와 경영진 간 커뮤니케이션을 증진하는 수단으로 주주제안을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제안 부결 오히려 증가 = 다만 주주제안이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제안에 대한 찬성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2017년 이후 주주제안 평균 가결비율은 11.9%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 평균 가결 비율(15.8%)보다 하락했다. 반면 주주제안 부결비율은 회사의 직접적인 주주제안 거부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회사의 직접적인 주주제안 거부 사례가 적었음에도 주주총회에 상정되어 다수 주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부결된 주주제안이 82%에 달한다.

주주제안의 가결 비율 감소 현상은 현실적으로 가결 가능성이 높은 주주제안을 선별해 주주총회에 상정하던 것에서 주주제안을 발판으로 주주 간, 주주와 회사 간 커뮤니케이션채널을 확보하는 것으로 주주제안의 기능이 확장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017년 이전엔 가결이 비교적 쉬운 보통결의사항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2017년 이후에는 그간 거의 제기되지 않았던 특별결의사항인 임원 해임 제안, 이사의 소극적 자격요건 (통상 '횡령, 배임, 시세조종 등 범죄 이력이 있는 자에 대한 이사 자격 박탈'의 내용)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 제안이 새롭게 등장한다. 이는 가결 가능성이 떨어지더라도 이사회에 대한 책임경영 압박과 같은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최근 주주제안의 주요 목적 중 하나임을 반증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사회 표결절차를 활용해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사례도 주주제안 부결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회사의 직접적인 주주제안 거부는 줄었지만, 안건의 구조 및 표결순서를 정할 수 있는 이사회가 표결절차를 활용해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사례는 매년 주주총회에서 발견되고 있다.

◆주주제안 무력화·방해·자동폐기구조 대응해야 = 주주는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지만 안건의 구조, 표결순서 등 표결절차는 회사가 기재한 바를 따르게 되므로 이사회가 주주제안에 대항하는 이사회 제안을 소집통지서 및 참고자료에 주주제안에 우선하여 기재할 경우, 주주총회 6주 전에 주주제안 제약에 대항하는 안건을 새롭게 제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표결절차를 활용해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사례는 주주제안이 활발해지고 주주권익 보장에 관심이 높은 현 시점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오히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전 34.8%보다 이후 41%로 다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유 선임연구원은 회사의 대표적인 주주제안 제약 유형으로 △주주제안과 상충되는 이사회 제안을 선제적으로 가결하여 후속 안건인 주주제안을 폐기하는 경우(무력화안건) △가결될 수 있는 안건의 수가 한정된 사항에서 이사회 제안을 선제적으로 가결하여 후속 안건인 주주제안을 폐기하는 경우(자동폐기구조) △해당 주주제안의 상정요건 또는 결의요건을 가중하여 가결조건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방해안건) 등을 지적했다.

유 선임연구원은 "높아진 주주의 관심만큼 기업 또한 주주제안 행사를 제약하는 주주총회 운영으로 주주제안에 대항하고 있는데, 절차를 통해 주주제안이 제약될 경우 가결비율이 15%에서 2%로 감소했다"며 "이와 같은 주주총회 운영이 주주제안 부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주주들 또한 정형적인 회사의 대항유형을 파악해 회사의 무력화시도에 대응하는 안건을 동시에 상정하는 시나리오형 주주제안과, 내용 뿐 아니라 표결절차에 대한 주주제안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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