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가상현실 기술의 핵심, 뇌과학 연구하려면?
학문 간 경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 필요
알파고에 사용된 인공 신경망은 뇌 신경망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 역시 인간의 뇌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뇌과학 기술이 필수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처럼 기술을 사람답게 만드는 핵심이 뇌과학이다.
우리나라는 학부에 관련 학과가 매우 적어 뇌과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고등학생들이 대학 진학시 직접적으로 뇌과학자의 꿈을 꾸기가 쉽지 않다. 뇌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직접적인 진로와 우회 진로에 대해 알아본다.
◆이화여대와 카이스트에 전공 개설 = 뇌과학은 뇌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밝히는 학문이다. 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총칭하므로 범위가 매우 넓고 학문 사이의 경계를 아우르는 학제적인 특성이 매우 강하다. 생리학 생물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통계학 등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 "뇌에 대한 연구는 생물학 물리학 산업공학 등 기존 학과에서도 계속 해왔다"며 "중요한 학문이지만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고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학부에서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가면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배울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학부에 뇌과학 관련 전공이 개설된 대학은 이화여대(뇌·인지과학부)와 카이스트(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있다.
뇌·인지과학은 지각 행동 기억 학습 사고 의사결정 정서 등 고등 정신 기능과 관련된 마음 및 행동의 근간인 뇌를 이해하고 그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과학이다.
이화여대 뇌·인지과학부의 교육과정은 뇌·인지과학 분야의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의약학 분야와 뇌·인지과학을 접목하는 학제 융합적 접근방식을 지향한다.
조제원 이화여대 뇌·인지과학부 교수는 "뇌·인지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기초지식을 체계적으로 접해 융합적인 사고와 다른 분야에 대한 수용력을 학부 과정 중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보다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023학년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총 30명을 모집한다. 정시에서는 '확률과 통계'와 사탐을 선택해도 지원할 수 있는 '인문' 선발 인원 5명을 따로 선발한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는 뇌를 포함한 복잡한 생명 현상을 공학적으로 응용한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해서 미래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학과다.
바이오및뇌공학과는 바이오정보학, 바이오전자, 바이오나노, 뇌공학, 바이오이미징 등 총 5가지 연구 분야로 나뉜다. 생명공학과 뇌공학이 결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카이스트는 학과 구분 없이 통합 선발해 1학년 말에 정원 제한 없이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한양대는 2021학년에 심리뇌과학과를 신설했다. 그러나 2022학년부터는 공과대학의 데이터사이언스학부로 통합 선발하고 3학년에 올라갈 때 세부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외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와 유니스트 바이오메디컬공학과는 전공 영역의 일부로 뇌과학과 뇌인지공학이 포함되며, 고려대 정보대학은 뇌인지과학 융합 전공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보다 대학원 기회 더 많아 = 대학보다는 대학원에서 뇌과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 학부에 뇌과학 관련 전공이 개설된 이화여대와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디지스트 뇌과학과 등이 유명하다.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하나의 전공보다는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자율전공이나 설계전공 혹은 연합전공 등의 방식을 통해 필요한 융·복합적 교육을 학부에서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물론 학부에서 뇌인지과학을 전공할 수 있다면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비율도 높다. 대학원 졸업 후 학계에 남아서 연구를 계속하거나 기업에 들어가서 연구를 이어가기도 한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살려 관련 업계로 진출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창업을 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인간의 인지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뇌를 닮은 인공지능의 개발과 활용, 가상현실을 인간의 뇌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연구 등에 뇌과학 전공자의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아 내일교육 리포터 mina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