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DNA 분석기술, 혁신을 일으키다

2022-03-18 11:30:33 게재

소량의 공기·물 통해 생물다양성 확인 … 르몽드 "농업·산업 등 새로운 분야로 확대"

올해 1월 덴마크 연구팀과 영국 연구팀은 각각 자국 동물원에서 포집한 공기에서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수십종의 DNA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에도 스웨덴 연구팀이 숲속에서 채취한 공기를 통해 수십종 곤충의 DNA를 확보했다. 이같은 위업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신생 분자기술 덕분이다. 바로 환경DNA, 또는 eDNA다.

단 1리터의 물로 특정 호수에 사는 모든 어류와 식물, 곤충을 파악하는가 하면 나비에 묻은 꽃가루 DNA를 분석해 나비의 이동을 추적하며 곤충 DNA를 통해 특정 지역에 사는 개구리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7일 "마술처럼 보이는 이런 연구들이 매달 수십건씩 쏟아지고 있다"며 "eDNA는 수년 전만 해도 특정 생물을 알아내기 위한 도구였지만 이젠 농업과 산업 등 적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명예센터장인 피에르 타벨레는 르몽드에 "eDNA 연구는 아주 단순한 원칙에 기반한다. 살아있는 생물종은 대소변이나 털 비늘 타액 등을 통해 DNA 파편을 남긴다는 점"이라며 "이런 파편들은 토양이나 물, 대기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타벨레 센터장은 환경DNA의 창시자 중 한명이다. 그가 설립한 '알프스생태학실험실'(LECA)은 지난 2008년 호숫물 샘플 분석을 통해 침입종인 황소개구리 모니터링 논문을 낸 바 있다. LECA 연구팀은 이를 '유전자 바코딩'이라고 칭한다.

각 동물이나 식물, 박테리아는 자체적인 염기서열을 갖는다. 이는 그 생물종에 고유한 바코드다. 특정 환경에서 어떤 염기서열을 발견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생물종이 현재 살거나 최근 그곳을 다녀갔다는 말이 된다. 수일 또는 수주 내라면 추적 가능하다.

존재하는 생물종의 확인

황소개구리 연구 이후 15년이 지났다. eDNA 분석법은 민감한 생물종이나 침입종, 희귀종이 환경에 남긴 다양한 유전적 흔적을 통해 그 존재를 추적한다.

노련한 동식물 연구자들이 특정 동식물을 찾아내는 데엔 여러날이 걸린다. 1리터의 여과된 물도 동일한 결과를 내지만 범위가 훨씬 넓다.

이전의 바코딩은 이제 '메타바코딩'으로 진화했다. 1리터의 물이나 한줌의 토양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적 바코드를 인식하려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특정 유전적 바코드가 확인된 모든 생물종은 메타바코딩으로 확인 가능하다.

최근 eDNA 연구 프로젝트에 많은 나라들이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약 1000만달러의 예산이 확보됐다. 영국의 이바이오 아틀라스(eBio Atlas), 캐나다의 아이트랙DNA(iTrackDNA)가 대표적이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양구역에서 eDNA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LECA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뒤 2011년 eDNA분석기업 '스파이젠'을 설립한 토니 드젱은 "이전에 보지 못한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드젱 역시 최근 민관 합동 연구프로그램 '비질라이프'를 시작했다. 전세계 살아 있는 유기체의 목록을 짜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우리의 초점은 척추동물을 넘어섰다. 척추동물은 빙산의 일각이다. eDNA를 활용해 박테리아에서 대형 포유류, 연체동물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모든 종들을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11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마로니강에서 첫번째 샘플링 확보 작업을 한 뒤 현재는 콜롬비아와 포르투갈, 남아프리카 잠베지강에서 새로운 연구를 준비중이다.

메타바코딩과 eDNA 연구가 폭발하고 있다. 타벨레 센터장에 따르면 eDNA를 다룬 과학논문 수가 대략 4년마다 2배로 늘고 있다. 그는 "신규 논문을 따라잡기가 힘들다"며 "하루 평균 3개의 새로운 논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까지의 연구 흐름은 수중환경 속 DNA 연구가 대세다. 지상에서의 DNA 연구가 뒤를 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방법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눈속 발자국을 통해 북극곰의 DNA를 추적한다. 다른 연구자들은 관목숲에 남겨진 타액으로 사슴과 노루, 엘크를 추적한다. 또는 거름식 섭식자로, 해양 eDNA가 집중된 해면동물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면서 해양 생물다양성의 목록을 완성하는 연구도 있다.

영국 연구팀은 2020년 말 포유류의 피를 빠는 거머리를 통해 동남아시아 보르네오섬의 산림파괴 정도를 측정했다. 각기 다른 곳에서 포획한 거머리의 DNA를 통해 특정 지역의 동물다양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연구팀은 2019년 고래상어의 유전학 연구를 위해 고래상어를 직접 잡는 고전적 방법이 아니라, 그에 기생하는 갑각류의 DNA를 분석하는 방법을 택했다.

eDNA 연구의 최신 흐름은 대기중 DNA 복원이다. 하지만 과학계는 이 방법의 일반화에 다소 조심스럽다.

타벨레 센터장은 "올해 1월 발표된 2개의 논문은 매우 특정한 조건, 즉 동물원에서 실험을 수행했다"며 "수년 전 LECA는 기아나에서 채집하고 여과한 공기를 실험했다. 하지만 자연적 조건 아래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파이젠 설립자 드젱도 "대기중 eDNA와 관련한 여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동굴처럼 통제된 환경에서의 연구"라고 말했다.

주변 대기에 존재하는 DNA

이달 11일 대기중 eDNA에 대한 논문을 낸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팀은 순수 자연적 환경에서 연구를 시도했다. 스칸디나비아 숲에 서식하는 곤충에 초점을 맞춘 연구팀은 공기흡입과 여과 시스템을 설치했다. 동시에 전등을 이용한 벌레포집과 육안 관찰 등 전통적인 방법도 병행했다.

연구팀은 대기중 eDNA 분석을 통해 75종의 곤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와 고슴도치, 비둘기 등 몇몇 척추동물도 찾아냈다. 반면 eDNA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많은 곤충을 전등 포집과 육안 관찰 등 전통적 방법으로 찾아냈다.

이 연구의 대표 연구자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교수인 파비언 로저는 "대기중 eDNA 분석은 대단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걸 증명했다. 하지만 이젠 방법적으로 최적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대기중 eDNA 연구의 잠재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수년 동안 해양과 강, 호수 등에서 일상적으로 활용돼 효과를 입증한 수중 eDNA와 경쟁할 수 있을까. 로저 교수는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수중 eDNA 방법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DNA를 어디서 확보하느냐 말고도 중요한 문제가 있다. eDNA를 어느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생물종 모니터링과 생물다양성 목록화를 위한 eDNA 논문은 쏟아지고 있다. 이를 넘어서려는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eDNA 활용을 연구하는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 공학자 막심 갈란은 "몇년 전만 해도 하나의 eDNA 샘플을 분석하려면 수백유로가 들었다. 현재는 10유로도 안된다. 이 기술을 대중화했다. 이제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르몽드는 "2003년 인간 게놈의 첫 염기서열 분석이 이뤄졌다. 당시 27억달러가 들었다. 오늘날엔 1000달러가 안된다. 마찬가지로 eDNA 분석법도 과거 대규모 연구팀, 대규모 예산이 필요했지만 이제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갈란 연구팀은 eDNA를 활용해 프랑스 서부에 서식하는 관박쥐의 생태를 연구중이다. 정확히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관박쥐의 먹이다. 과학계에선 관박쥐가 코로나19를 불러온 바이러스를 품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각기 다른 6곳의 관박쥐 서식지에 있는 구아노(바다새의 배설물이 응고·퇴적된 것)를 채취해 DNA를 비교했다. 각종 곤충이 발견됐다. 갈란은 "6개 서식지에서 공동으로 발견되는 관박쥐의 먹이가 있었고, 생활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먹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갈란 연구팀은 또 세네갈의 대규모 수수밭에서 채취한 eDNA를 통해 특정 생태계 내에 사는 수십종의 벌레와 거미, 새, 기생충의 포식과 기생의 복잡한 연관도를 그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수수를 위협하는 주요 해충인 잎나방벌레의 천적을 찾아냈다.

적용 분야의 확대

이같은 맥락에서 많은 연구팀들이 eDNA를 활용해 모든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식물 수분 네트워크를 연구중이다. 즉 어떤 동물이 어떤 식물을 방문하는지를 찾는 것이다. 일부 연구팀들은 날아다니는 곤충의 DNA를 통해 해당 식물을 확인했고, 다른 연구팀들은 꽃들의 DNA를 통해 곤충들을 확인했다.

또 벌집 꿀에 포함된 DNA를 통해 벌들이 어떤 꽃들을 더듬거렸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선 진딧물처럼 단물을 생산하는 작은 곤충들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몇스푼의 꿀에서 생물다양성의 목록을 찾은 셈이다.

2019년 일본 연구팀은 eDNA를 통해 시샤모(열빙어)의 대규모 이동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홋카이도 고유의 물고기인 시샤모는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오른다. 연구팀은 강에서 발견한 시샤모의 eDNA를 통해 대규모 군집이 어디에 있는지 특정할 수 있었다.

eDNA과 메타바코딩은 과거엔 예상치 못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공기와 물, 토양의 질에 대한 연구다. 많은 연구팀이 대기중 존재하는 다양한 알러젠(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인 꽃가루나 곰팡이 포자, 미생물 등을 연구하고 있다.

eDNA 분석을 통해 스코틀랜드 대규모 연어 양식장 인근 바다에 사는 세포 수생생물인 유공충의 수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고기 양식업이 해양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에서는 메타바코딩을 활용해 해양 무척추동물군을 목록화했다. 이를 통해 해상 원유광구의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유기체, 특히 특정 박테리아가 특정 오염원을 재는 완벽한 지표가 된다는 사실이 eDNA 분석으로 증명됐다. 특정 박테리아의 존재 또는 부재로 원유 유출과 중금속 오염, 방사능폐기물 유무 등을 알 수 있다.

최근엔 토양의 질을 평가하는 데 eDNA 기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타벨레 센터장 밑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지금은 토양 eDNA 분석에 특화된 기업 '아갈리'에서 실장으로 일하는 오렐리 보닌은 "eDNA 기법은 현재 산업과 공공행정, 농업 등 많은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우리는 제조업체들과 여러건의 토양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토양 오염 제거를 원한다. 땅을 파내 이용하다 보면 많은 생명체가 거의 완전히 사라진다. eDNA를 통해 토양의 점진적인 회복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갈리는 최근 프랑스 생태전환국과 함께 프랑스 내에서 진행중인 여러 토양 복원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공동사업을 시작했다. 과거 산업단지가 많이 들어섰던 보르도의 경우 도심 공원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보닌 실장은 "토양 복원 모니터링에서 초점을 맞추는 건 이른바 '핵심 지표종'으로 불리는 생명체다. 예를 들어 토양에 지렁이가 많다면, 이는 수많은 유기체가 살고 있고 통기성이 우수한 땅이라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통해 환경복원 평가를 시도중이다. 훈련된 AI가 eDNA 파면 분석을 통해 토양이나 수질 샘플의 고유속성을 평가하는 일이다.

보닌 실장은 "새로운 과학적 도구가 등장해 가능성을 실험하는 시기엔 학계의 흥분이 대단하다. 그리고 나서 기술이 좀더 성숙하면, 새로운 문제들에 대한 해답으로 기능한다"며 "오늘날 eDNA 분석으로 어느 강에 어떤 물고기들이 사는지 파악하는 건 더 이상 기초과학계의 관심이 아니다. eDNA 연구는 향후 수년 동안 더 큰 놀라움을 선사할 만큼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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