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문승태 전 진로교육학회장

"미래인재 양성하려면 기득권 벽부터 허물어야"

2022-03-23 10:52:00 게재

인재양성 실행력 취약

"청년들이 왜 편안하고 안정된 공무원과 대기업을 선호하게 됐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

22일 문승태 전 한국진로교육학회장(순천대 교수)의 말이다.
문승태 순천대사범대 교수│순천대 전 인력개발원장, 순천대 전 기획처장, 전 한국진로교육학회장,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개혁 전문위원, 건국대 교육학 박사.

문 교수는 "투자와 도전, 창업이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라며 "한국 대학은 청년들에게 이런 기회와 교육과정을 제공하지 않는다. 도전의식이 없는 청년사회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분야 전문위원인 문 교수는 진로교육 정책 전문가다. 박근혜정부 때부터 교육부 진로교육정책과장으로 전국 현장을 누볐고 지역특성과 학생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진로설계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펼쳤다.

당시 문 교수가 만든 '꿈길'은 지금도 전국 초중고 진로교육의 바이블로 통한다.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일반교과 중심의 시험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생주도 활동과 진로탐색 활동을 하게 된 계기다.

전국 시군구지역에 진로체험센터 228개를 설치했고 진로교육 강사 일자리 100개를 만들어냈다.

◆정책 실행 전문가 양성부터 = 교육정책이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정책 실행력 부재"라며 "실행력을 높일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새 정부에 주문했다. 그는 특히 기득권에 가로막힌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 대학의 경우 학과를 첨단학과로 개편하고 해외에서 AI인재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영입한다. 한국은 향후 100만명의 디지털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대부분의 대학이 침묵하고 있다."

대학은 정부 탓, 정부는 대학 탓을 하는 구조다. 한국의 교수사회는 자기 대학, 자기학과, 자기 과목 지키기에 안간힘을 쓴다. 디지털 인재나 융합적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이에 맞는 학과 개편이나 교육과정 운영에는 인색하다. 인재를 양성할 교수도 시스템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문 교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이제 내연기관은 종말을 맞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나 수소차 등 새로운 에너지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이런 인재를 가르칠 대학이 한국에 얼마나 될까. 세계는 메타버스에 열광한다. 앞으로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결국 교육도 변할 수밖에 없다.

"교육의 변화가 사회변화를 이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은 아직도 정치놀음에 이분법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대학이 변하지 않으니 공교육도 변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대입에만 목을 맨다는 것이다.

"매년 고교생 50만명이 졸업한다. 이중 8만명이 직업교육을 받고 사회로 진출한다.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는 9만명과 비슷한 숫자다. 하지만 직업교육은 교육의 중심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문 교수는 "이런 사회적 불공정성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 진로교육과 직업교육의 가치가 교육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데 대선후보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만 목청을 높인다"고 비판했다.

◆진로교육, 대입제도와 같은 수준으로 설계해야 = "이제 정치인과 교육학자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청소년과 교사들의 생각이 정책에 담겨야 한다."

문 교수는 "막가파식 경쟁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균형발전과 연결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과 같은 수도권 중심의 발전은 지역사회 공동화 현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유례 없는 변화를 겪었다. 단시간에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안정을 성취했다. 하지만 개인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구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문화를 교육이 그대로 빨아들였기 때문에 교육은 먹고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문 교수는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전통적 가치에 분단이 빚어낸 이념적 갈등으로 편가르기식 프레임에 갇혀있다. 이런 문화가 교육 전반에 깊게 박혀있다. 흙수저 금수저 논쟁도 이러한 구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미래교육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며 "없는 직업과 해답 없는 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 미래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진로교육과 직업교육도 대입교육과 같은 수준으로 설계하고 역량을 투자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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