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문화로 기원

2022-03-28 11:34:51 게재

도봉구 '평화울림터' 개관기념 … 분단의 상징 재탄생

지난 26일 오후 3시 30분 즈음. 노란색과 파란색 종이비행기가 서울 도봉구 도봉동 하늘을 날아올랐다. 이동진 도봉구청장과 테너 하만택·김용호, 바리톤 염동언, 소프라노 김혜현이 목소리 높여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를 외쳤다.
평화울림터 개관 콘서트에서 무대에 선 이동진 구청장과 음악인들이 객석을 메운 주민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 도봉구 제공


도봉구립교향악단이 음률을 맞춘 가운데 세르게이 악단장과 콘스탄틴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단원이 머나먼 타향에서 고국을 응원하며 연주하는 바이올린과 트럼펫 선율이 애절함을 더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주민들은 "전쟁을 그만두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라 외치며 마음을 보탰다.

도봉구가 문화의 힘을 빌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 러시아의 무력침공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대결과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를 노래하는 문화예술시설로 거듭난 평화울림터 개관을 기념한 26일 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 평화 기원'을 '평화울림터 개관'보다 앞세웠다.

평화울림터는 남북 대결과 분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이다. 전차의 진격을 막는 '대전차 방호시설'과 그 위에 지어진 시민아파트가 여전히 손에 잡힐 듯하다. 도봉구는 오랫동안 방치돼있던 공간에 주목해 2014년부터 재생사업을 통해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고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 평화문화진지를 구축했다.

지난 21일부터 개방한 평화울림터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공연장으로 이어지는 물길이 전쟁과 평화를 상징한다. 유엔 16개국과 남과 북, 중국까지 한국전쟁에 참전한 19개 나라를 의미하는 포신을 연결했다. 원형경기장을 축소한 듯한 공간은 음향시설 없이 소리의 울림으로 음원을 증폭시키는 야외음악당이다. 중앙 무대에서 시작된 소리가 벽면을 둘러싼 수십개 유리판에 반사, 증폭된다. 이동진 구청장은 "양쪽 진영에서 싸웠던 모든 나라가 대결을 넘어 평화와 협력의 길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평화의 상징, 울림으로 음향을 전달하는 특징을 반영해 '평화울림터'라 이름붙였다"고 설명했다.

90분간 이어진 공연에도 평화를 향한 갈망을 담았다. '평화를 춤추다'로 시작해 '평화를 노래'하고 '평화를 울리다'로 막을 내렸다. 도봉구는 평화울림터가 가진 공간 자체의 의미를 살려 일반 공연과 함께 평화와 관련된 행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외세 침략과 분단의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상황은 더 큰 아픔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며 "평화를 기원하는 우리의 염원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평화울림터가 품 넓은 그릇이 되어 문화와 예술, 마음을 담아 주민들께 큰 울림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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