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실현과 농업과학기술

2022-03-31 11:18:13 게재
김두호 농촌진흥청 차장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기온은 전 세계 평균 0.8도보다 높은 1.6도 상승했다. 폭염 집중호우 가뭄 같은 이상기상 상시화로 일상생활 전반에 끼치는 피해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세계적으로 활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국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농식품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18년 대비 38% 감축하기 위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농축산업은 대표적인 기후 민감 산업이다.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안정적 식량생산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는 일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농축산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탄소발생을 저감시키는 농업과학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실용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농축산업 분야에서는 비료, 농약을 과다 투입하는 관행농업에서 벗어나 저탄소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자연환경과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농업과학기술 개발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영향은 물론, 농업 분야별 취약성, 저감 대책 등 적응 대책 수립에 필요한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첫째, 우리나라 농업생산 환경을 반영한 국가 고유 온실가스 계수를 확대하고, 온실가스 산정방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여 온실감축 이행·평가에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국가 고유 온실가스 계수 개발은 탄소중립 이행을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국가별로 농업환경, 토양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자국의 특성이 반영된 온실가스 배출 계수가 있어야 이를 근거로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둘째, 농업·축산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기술의 농업 현장 수용성을 높여야 저탄소 농업을 확대할 수 있다. 벼 재배 과정에서의 중간 물떼기, 논의 물높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자동물꼬시스템 개발로 논에서 메탄 발생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화학비료를 적게 주고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벼 '그린라이스' 개발 같은 도전적인 과제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축산분야에서는 환경오염 주요 이슈인 가축분뇨를 활용한 고체 연료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한우, 젖소의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일 수 있는 사료 개발과 정밀사양, 축산 환경 조절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축산을 확산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바이오차 투입, 피복작물 재배를 통해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흡수원을 발굴해야 한다. 바이오차는 목재, 왕겨를 고온에서 산소 없이 열분해하여 숯 형태로 만든 물질이다. 바이오차의 토양개량제 효과를 검증하고, 적정 사용기준을 마련하여 농경지에 활용하는 것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중앙-지방-민간 협력을 통해 저탄소 농업기술을 농업 현장에 보급하고, 탄소중립 실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농업인에 대한 교육과 인식 확산도 중요하며, 민간이 개발한 우수한 기술에 대해서는 민관이 협력해 사업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도 있다.

기후 위기는 심각한 도전이지만, 얼마나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이자 발전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농업과학기술은 탄소중립 이행에 중요한 동력이다.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의 부담을 줄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