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과 버티는 사람 … 국민은 누구 손 들어줄까

2022-04-07 11:40:11 게재

대선 여야경선서 '0선 후보'가 1위 … "기성정치권에 대한 심판"

일부 586 은퇴 … 여야중진들 앞다퉈 지방선거 출마, '회생' 모색

국민과 여야 당원들은 3.9 대선을 위한 후보경선에서 '국회의원 0선'인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택했다. 유력정당에서 '0선' 대선후보가 나온 건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이후 처음이었다. 국회와 행정부에서 수십년 경륜을 쌓은 중진들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같은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6일 "민심은 기성정치권을 명백히 심판한 것이다. 새 사람이 새 정치를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치권은 민심의 주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대선 이후 여야는 떠나는 사람과 버티는 사람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계은퇴│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최 전 수석은 "지금까지 무겁게 걸머지고 온 저의 소명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정치는 그만두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도 있다면 찾겠다"고 밝혔다. 사진 최재성 전 정무수석 페이스북


◆최재성·김영춘 정계은퇴 = 3.9 대선에 나타난 민심을 '기성정치권에 대한 심판'으로 읽고 겸허히 정치권을 떠나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 최대 정치세력으로 꼽히는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서 정계은퇴 선언이 잇따르는 것.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6일 "오늘부로 정치를 그만둔다"며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믿었다"고 회고했다. 최 전 수석은 "제 소명이 욕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겁게 걸머지고 온 제 소명을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며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전 수석은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인정한 것.

김영춘 전 장관 정계은퇴│김영춘 전 장관은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진은 4월 7일 보궐선거 이후 입장표명 장면. 사진 김영춘 전 장관 페이스북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도 지난달 "정치인의 생활을 청산하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다.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하던 그가 정계를 떠난 것.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1일 내일신문 인터뷰에서 "과거의 정치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으로 시대의 흐름인 소프트한 생활정치를 하기엔 내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옛 얼굴' 앞다퉈 출마 = 하지만 떠나는 사람보다는 버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이 눈에 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서울시장에 출마할 태세다. 인천시장을 지내고 인천에서 5선을 지낸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경선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명분으로 '서울행'을 택하자, 당내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다른 586 정치인도 벌써부터 '슬기로운 야당 생활'을 준비 중이다. 전대협 의장 출신인 박홍근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에 올랐다. 상당수 586은 발빠르게 6.1 지방선거행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했던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도 활로를 모색 중이다.

대선을 이긴 국민의힘에서는 '떠나는 사람'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민심과 당원은 '0선' 윤석열 당선인을 밀었지만, 국민의힘 구주류로 분류되는 중진들은 누구도 떠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선 승리 바람을 타고 새로운 기회를 잡겠다며 지방선거에 앞다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윤 당선인과 후보경쟁을 벌였던 홍준표 의원은 대구시장에,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회에서 수십년간 금뱃지를 달았던 60∼70대 전직의원들도 무더기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엄 소장은 "민주당 중진들이 지방선거에 도전하는건 선거에 지더라도 자신의 정치재개 발판만 마련하면 된다는 사심에 불과하다"며 "민주당 중진들은 대선 결과에 대해 명백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이 윤석열-오세훈-이준석이란 신 트로이카체제로 재편된 건 다른 중진들에게 퇴진하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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