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시대 자동차부품

자동차부품 노동자, 지금은 '불안' 미래는 '공포'

2022-04-12 11:14:20 게재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노동수요는 1/3 수준 … 직무전환 재배치, 이·전직 직업훈련 효과 의문

내연기관 자동차의 미래차 전환이 가속도를 낸다. 부품사 노동자에 대한 직업훈련 중심의 노동전환 예산을 실업대책 등 고용보호로 전환하고 노동수요 확대, 지역별 대응 등 일자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7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불안한 전환기 정책과 배제된 노동, 자동차부품산업 해법 찾기 토론회'를 열었다.
전세계적 탈탄소 전환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정부는 국내 전기·수소차 판매 비중이 2030년 33.3%에 이를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는 2030년 전기차가 전세계 신차시장의 최대 2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산업은 미래차 생산 확대에 따른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가는 3만여개 부품 가운데 1만1000여개(37%)는 전기차에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엔진(내연기관) 부품 6900개는 100% 사라진다.

바퀴를 직접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차가 되면 엔진(내연기관)은 물론 동력전달장치, 기어박스 등 내연차의 핵심 부품이 모두 필요없게 된다.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완성차 대형 부품업체의 사업계획을 뼈대로 보더라도 1차 밴더 부품기업 1000개에만 기회가 될 것이다. 다수의 2차 밴더 이하 부품업체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이승봉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전기차 전환 정책이 원청업체의 종속성 유지·강화와 완성차가 시장에서 상위권을 점유하는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노동전환 정책과 분리됐다"며 "부품기업 노동자들이 소외되고 지역산업과 노동시장을 유지시키는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축소는 완성차 7개사 노동자 12만6000여명과 9000여개 부품사 노동자 23만5000여명에게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비·판매 종사자 28만명, 주유·금융업 종사자 등 54만명에게도 직·간접적 충격이 예상된다.

현재 내연기관(엔진) 관련 부품사에는 4195개사(46.8%)에 10만8000명(47.4%)이 종사한다. 배터리나 전기모터 등 미래차용 부품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210개사(2.3%) 9000명(3.9%)에 불과하다.

자동차산업은 완성차와 부품사가 수직계열 구조다. 부품사 83%는 매출액이 100억원도 안되는 영세업체들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부품업체의 81.6%는 미래차 대응 계획이 없다.


◆2·3차 밴더, 완성차 의존성 더 강화 = 정유림 금속노조 기획국장은 "부품사가 자체 기술과 역량을 축적하기 어려운 건 종속적인 공급구조와 불합리한 부품단가 때문"이라며 "구조적인 원인으로 준비도 안된 상황인데 부품사 노동자가 미래의 일자리를 갖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쌍용차 3사의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최근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를, 부품업체들은 부품 노동자들의 해고를 예고했다. 글로벌지엠은 2035년 전기차 생산 완전 자동화를 선언했지만 한국지엠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

르노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9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르노코리아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동신모텍에서 위탁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다.

쌍용차는 3월 28일 최종 인수대금 미납 등의 이유로 에디슨모터스의 인수가 무산됐다. 서울회생법원 등의 논의를 거쳐 재입찰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쌍용차 중견 3사의 1차 밴더는 243개에 이른다. 2018년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2019년 고용이 1만9000명이 줄었다. 이 가운데 부품업체 노동자가 1만4000명이었다.

이재영 금속노조 부평공단지회장은 "차종 하나가 단종되면 해고당하는 것이 지금까지 반복된 현실"이라며 "후속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부품업체와 노동자들은 도산하거나 해고당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정 기획국장은 "완성차 공장 폐쇄는 한 회사의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삶과 그 지역경제에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7일 '불안한 전환기 정책·배제된 노동, 자동차부품산업 해법 찾기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금속노조 제공


◆수평적 생태계 구축, 초기 단계서 실패 = 정부는 지난해 6월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부품기업 1000개사를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하고 매출액 1조원 글로벌 부품기업 육성, 1000만달러 수출 부품기업 250개 육성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같은 해 7월에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재직자 직무전환과 재배치를 통한 고용유지, 직업훈련을 통한 이·전직 준비가 주요 내용이다. 정부의 공정환 노동전환 2022년 예산은 직무전환·전직 훈련 2058억원, 전직·재취업 서비스 2764억원, 디지털 역량 강화 4808억원, 지역 위기대응 698억원 등 1조385억원이다.

2018년 12월에는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 제고 방안'도 나왔다. 완성차 중심의 구도를 극복하고 미래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부품업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미래차 시대, 한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조했던 종속성 완화와 수평적 생태계 구축은 초기 단계에서 실패했다"며 "2·3차 밴더들의 완성차 의존성은 더 강화되고 있고, 부품업체 노동자들은 지금은 '불안', 미래는 '공포'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재직자 직무전환과 재배치는 노동수요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데 내연기관차에 비교해 노동수요는 1/3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노동수요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이라 장기실업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대량실업과 열악한 일자리로 이직 등 전반적인 고용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정 기획국장도 "자동차 노동자들의 이·전직 경로도 확실하지 않다"며 "그동안 진행한 프로그램은 '바리스타' '반려견 돌봄' 교육 등 기존 일자리와 전혀 다른 창업 교육이 대다수였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불안감이 더 커지는 이유다.

"현장 엔진부품 라인은 생산량이 계속 줄거나 가동이 중단됐다. 생활임금이 축소되고 내연기관의 신규 프로젝트가 없어 연구직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케피코를 비롯한 파워트레인 부품사들은 매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오병섭 금속노조 현대케피코지회장의 말이다. 현대케피코는 엔진 및 변속기 제어장치를 생산한다.

내연기관 축소는 공조부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공조는 실내공기의 순환과 엔진의 열을 식혀주는 열교환 분야다.

이종성 금속노조 케이비오토텍지회 부지회장은 "실내공기 순환에 포함되는 제품군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엔진과 관련된 제품군은 일자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견 3사에 자동차 알루미늄 휠을 납품하는 알트론도 마찬가지다. 김필수 금속노조 알트론지회장은 "휠 업체는 산업전환기에 유지군으로 분류되지만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와 반도체 사태로 공장 가동이 줄면서 임금이 줄면서 노동자들은 현장을 떠나고 현장은 노동자가 없어서 생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가 급등해 회사는 노동자의 임금까지 체불한 상태다"고 덧붙였다.

◆고용보호·노동수요 지역별 대응 필요 =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이윤은 위로 전달되고 피해는 아래로 전달되는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부품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도록 불평등한 노동구조를 바꿔야 한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의 말이다. 전문가와 노동계는 자동차산업 전환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 기획국장은 "직무전환 훈련에 노동조합이 함께하는 해외사례를 참조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사회안전망 확대 강화로 장기 실업자 대량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도 "실업대책 등 고용보호로 대폭 전환이 요구되고 현재 부품산업 재직자 평균연령을 고려할 때 전직훈련의 효과도 의문"이라며 "노동수요를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역별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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