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한 메타버스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2022-04-14 11:31:38 게재
정두원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메타버스는 정보통신기술과 확장현실(XR)로 대표되는 실감기술에 기반해 현실과 연결된, 현실 같은 가상세계를 지향한다. 따라서 현실세계 문제들과 소셜미디어에서 나타났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메타버스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사이버 범죄의 특징이었던 익명성, 비대면성, 시공간 무제약성, 초국경성 등이 메타버스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범죄자들의 활동 무대가 기존 온라인 서비스에서 메타버스로 확장된 모양새다.

메타버스에 나타나는 새로운 범죄유형

컴퓨터 통신의 발달로 해킹이나 디도스와 같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범죄가 발생했듯이 메타버스에서도 새로운 유형의 범죄들이 나타나고 있다. 아바타에게 행해지는 성범죄나 사이버 불링, 스토킹, 불법촬영이 그 예다.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이용자와 아바타간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인공감각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데, 이로 인해 아바타 간 물리적 접촉이 현실세계 이용자에게도 전달되곤 한다.

실제로 햅틱 조끼를 착용한 한 여성 이용자의 아바타가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는데, 아바타 간의 접촉이 진동으로 이용자에게 전해져 현실세계에서의 성추행과 동일한 피해를 받았다고 호소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국제공조의 어려움이나 해외 기업의 비협조, 형사관할권 문제처럼 현 사이버수사의 애로사항이 메타버스 수사에서도 그대로 발생한다.

실시간성을 중요시하는 메타버스의 특성으로 사건 발생 시점에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원천적으로 사건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프라이버시 문제로 이용자에 대한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당장 메타버스 특유의 아바타 간의 성범죄나 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이 애매모호한 점도 문제다. 이처럼 메타버스 범죄 수사는 법적·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를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예상 가능한 범죄들과 사후조사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통합적 시각에서 대응책 마련해야

우선,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규제 방안과 플랫폼 구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방적 규제는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기술 발전 상황을 고려한 정교하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겠다.

다음, 수사기관의 메타버스 포렌식 역량 강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기존 사이버수사 기법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메타버스 내 경찰 도입이나 위장수사의 기술적 도입 방안, 그로 인한 효과성 등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개발사가 자발적으로 안전한 메타버스 구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과감한 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 범죄모니터링 및 신고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거나 법률적 상담자문과 지원책 등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이 가져올 밝은 모습 이면에는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수반되는 법이다. 기존 온라인 서비스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각종 부작용을 반면교사 삼아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