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더 나은 삶을 위한 미술투자
예술과 자본의 결합이 죄악일까
미술작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가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높은 수익률에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상당수 작가들의 삶은 여전히 곤궁하다고 한다. 시장은 커졌지만 성과가 골고루 분배되지 않거나, 돈이 흐름이 어딘가에 막혀 잘 흐르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런 시기에 ‘순수미술’과 ‘투자’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단어의 조합을 들고 나온 이가 있다. 김진호 아트스탁 대표다.
그는 아트테크의 과실을 국내 중견 작가들과 함께 나누고, 누구나 손쉽게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자는 다소 이상적인 명제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미술품을 1SQ(1cmX1cm) 단위로 잘게 쪼개어 사고파는 시스템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미술품 지분거래 플랫폼 ‘아트스탁’을 설립했다. 적잖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기술개발에만 3년이 걸렸고, 지난해 10월에야 베타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었다. 공동구매 방식의 조각투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주식거래와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공모심사를 통해 작품을 선정한 뒤 1㎠ 단위당 공모가를 정한 뒤 상장하게 되면 그 뒤부터는 주식처럼 상설매매를 통해 시장가격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김 대표가 펴낸 신간 <더 나은 삶을 위한 미술투자>에는 이처럼 아트테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아트스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담아내고 있다.
책에서는 미술투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외에도 덤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김 대표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독특한 경영철학이다. 책의 중간 부분에 행동원칙 챕터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9개로 구성된 행동원칙은 다음과 같다. △죽지만 말자 △이끌든지, 따르든지, 빠져 있든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 △신은 설교하지 않는다, 욕망하게 한다 △철학이 숫자를 이긴다 △닫힌 놈이 열린 놈을 이길 수 없다 △멈춘 것을 흐르게 하라 △댐을 치고 기다려라 △한 발만 전진해도 충분히 돈은 번다.
이 가운데 ‘죽지만 말자’는 첫 번째 행동원칙에 김 대표의 인생역정이 담겨 있다. 1세대 벤처기업가이자 골드뱅크 신화로 승승장구하다가 어느 순간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사업을 하면서 나락을 경험했다.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쿠팡 물류센터 일을 시작하면서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기운을 차렸다.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들을 모으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김 대표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 나은 삶’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혼자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성공하는 가치도 담겼다.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고가의 미술품에 대한 투자를 일반인들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장터(플랫폼)를 만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렇게 자산이 막힘 없이 잘 흐르게 함으로써 그 성과를 화가들과 일반 투자자들이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추천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찬사도 김 대표의 이런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늘 새로운 걸 생각해내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김진호 대표가 이번에는 미술품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아이디어를 갖고 찾아왔다” - 라종일 전 경희대 교수(전 우석대 총장)
“예술과 자본의 결합이 금기거나 죄악이 아님을, 어쩌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이고 필수불가결한 만남임을 이 책은 잘 설명하고 있다” - 정성우 ㈜이왕태컴퍼니 공동대표이사
“아트스탁 비즈니스 모델은 20년후 상식적 모델이 돼 있을 것이다” - 이경전 경희대 교수
한 시대를 풍미하고 정상에서 바닥까지 전부 다 경험했던 김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