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칼럼

새정부에서도 소프트웨어 홀대 계속되나

2022-04-27 11:45:59 게재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소프트웨어(SW) 분야는 지난 30년간 정부의 관심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SW가 하드웨어(HW)나 통신과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SW는 하드웨어와 통신과는 체질이 완전히 다르다.

HW는 모래와 전선이 결합된 기계덩어리 반도체로서 메모리 반도체와 계산장치 반도체, 이 둘로 구성돼 지능은 전혀 없다. 그게 3차산업혁명을 일으켰다. 반면 SW는 지능의 산물이다. 지능이 6법전서 능가하는 방대한 규모로 구성돼 있다. 전부 다 알고리즘으로 꽉 차 있다. 4차산업혁명은 HW가 아니라 SW가 일으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SW쪽을 방문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정치권의 정보기술(IT)에 대한 평소 식견을 볼 수 있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었다. SW는 간단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즈 같은 것도 무려 6000만줄에 달한다. 관악산 높이다.

이런 걸 개발해야 IT 패권국이 될 수 있다. 반도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가가치로 따지면 HW는 IT전체의 20%, SW는 무려 그 4배인 8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런 SW가 국내에 내세울 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윈도즈건 데이터베이스건 전부 다 외국 것들을 들여다 쓴다. 내세울 국산 SW가 하나도 없으니 당선인도 방문할 곳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한국 SW 세계시장 점유율 0.8% 불과

한국은 HW에서는 세계시장의 21%를 점유할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SW에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현재 한국의 SW 세계시장 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SW에 대한 정부의 무지로부터 비롯된, HW에 치중한 인사가 빚어낸 참담한 결과다. 미국의 세계시장 SW점유율은 50%다. 반면 한국의 HW 점유율은 미국 다음이다.

한국은 완전히 절름발이 구조다. SW 점유율 수치는 지난 30년간 변함없이 똑같이 제자리걸음이다. HW와 SW간에 지나친 불균형이다. 국산 SW가 얼마나 개발되지 않았길래 이런 수치가 나왔는지 누구나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SW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제는 무관심을 넘어 무책임으로 가고 있다. 이런 무책임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 같다.

이번 새정부 출범 진용을 봐도 반도체전문가는 여럿이지만 SW전문가는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니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하지 않았겠는가. 이런 심각한 문제의 배경에는 지난 30년간 한국 정부는 SW산업에 관한 한 철저히 냄비근성을 보여온 관행이 있다. 무슨 알파고 같은 대형 사건이 등장하면 인공지능이 중요하다느니 HW보다 SW가 더 중요하다느니 하며 난리난듯 뜨거운 반응을 보이다가 이벤트가 종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잊어버리는 식으로 늘 돌아섰다.

SW를 대형 산불류의 사건사고처럼 일시적으로 취급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HW는 칩의 모양으로 눈에 보이지만 SW는 전혀 보이질 않아서 그런 것일까.

SW분야 인력들이 주요 인사에서 완벽하게 배제된 까닭도 크다. SW전문가들은 개발에 몰두하는 나머지 보통 잘 나서질 않으며 정치권 근처에 가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지난 30년간 HW 일변도 IT산업 육성에 치우쳐왔다. 그러니 여태껏 반도체나 통신전문가가 아니면 과학기술·정보통신 관련 장관으로 발탁된 적이 없다.

SW의 비중을 안다면 이는 중대한 실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실책으로 평가받지 않은 이유는 정부가 매번 인사 때마다 HW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SW전문가로 둔갑시켜 4차산업혁명시대에 최적임자라는 둥 언론에 그릇된 보도자료를 흘려 왔고, IT분야 보도자료를 여과할 능력이 없는 기자들이 정부에서 준 그대로 기사를 출고하는 관행이 이어져왔다. 그 결과 일반 대중은 정부 발표를 보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늘 그랬다. 이게 관행처럼 굳어버렸다.

역대 과기정통부장관 중 SW전문가 없어

이제는 글로벌 SW점유율을 일단 1% 벽을 넘어 최소한 5%까지는 접근하도록 국가과제로 정해 노력해나가야 할 시기다. 그래서 새정부에 주문하는 바는 SW업계측에서 누가 보더라도 공인받는 SW전문가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런 해법으로 첫단추를 꿰지 않고서는 SW쪽은 앞으로 또 30년 도 지난 30년과 같은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될 것이 유력하다.

이번 과기정통부장관도 역시 반도체전문가 중에서 낙점되었다. 윤 당선인에게 대선 직전 반도체를 가르친 이라고 전해진다. 그보다 SW전문가를 찾아 4차산업혁명에 대한 식견을 넓혔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소재 부품 장비로 대변되는 전기전자재료쪽 반도체 전문가를 찾기보다 컴퓨터 SW전문가를 찾아 나섰어야 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소부장이 아니라 SW라는 점을 인식해 드디어 SW전문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