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중기부 '손실보상' 왜곡 설계 … 결자해지 자세 가져야

2022-05-04 11:41:59 게재

중기부, 재난지원금 환수 제기하며 소급적용 반대 기류 형성

박지현 위원장 "온전한 보상은 헌법에서 규정한 당연한 권리"

'온전한 손실보상'과 '소급적용'에 대한 소상공인 요구가 거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일 발표한 '윤석열정부 110대 과제'에서 1호 공약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이지만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제외됐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손실보상비상대책위원장도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소상공인들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새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민주당' '중소벤처기업부'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손실보상' 설계가 왜곡된 원인은 민주당과 문재인정부에서 소상공인정책을 담당한 중기부에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과 중기부가 온전한 손실보상에 적극 나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3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손실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법 소상공인 현실에 안 맞아 = "윤석열 당선인의 1호 공약이었던 '온전한 손실보상'은 우리 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윤 당선인이 이 공약을 파기하면 우리도 대국민 약속을 어기는 것이 된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지난달 29일 열린 '제26차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이다. 박 위원장은 이어 "소급적용을 하려면 손실보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우리 민주당은 법 개정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며 '손실보상 소급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손실보상의 근거가 되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개정법률안'(손실보상법)은 2021년 7월 국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 6개월이 지난후에야 손실보상 근거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2021년 7월 이전의 손실을 소급해 지급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법에 2021년 7월 이후에만 보상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손실보상법은 민주당과 문재인정부가 헌법가치를 지키지 않은 결과물"이라며 "지금이라도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23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의 손실보상액 산정 기준도 현실성이 없다. 손실보상금에는 고정비 중 인건비와 임차료만 포함하고 있다. 고정비용에는 인건비 임차료 이외에도 통신비 수도광열비 전력비 감가상각비 지급수수료 등 다양하다. 업종별에 따라 고정비 비중이 항목별로 다른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4시간 영업하는 PC방의 손익계산서(2020년 기준)를 살펴보면 직원 급여(241만여원)보다 고정비에서 제외된 전력비(2095만원)와 통신비(636만원), 지급수수료(4380만원)가 훨씬 많다. 삼겹살 식당(2021년 기준)도 통신비(168만원) 전력비(568만원) 광고선전비(585만원) 지급수수료(1127만원)가 인적용역비를 포함한 급여(1130만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노래방의 경우 신곡구매 비용 비중도 무시하지 못한다.

박 공동비대위원장도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온전하게 보상하는 건 공약 이전에 헌법(23조)에 규정된 권리"라며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산정기준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상과 지원은 다른 개념 = 민주당과 중기부에 온전한 손실보상 의지가 없었다는 사실은 국회속기록에서 확인된다.

6월 16일 열린 국회 산자위 중기소위에서 정태호(더불어민주당, 서울 관악구을) 의원은 "행정명령에 의해서 피해를 입은 분들만 소급해서 주고 나머지 분들은 안 주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29일 이동주(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의원은 국회본회의에서 "보상을 위해서는 매출뿐만이 아니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비용 사업규모 종사자 등 사업장마다 서로 다른 사정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야당에서는 소급적용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6월 30일 이성만(더불어민주당, 인천 부평갑)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손실보상법을 통한 소급적용을 했을 때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승재 의원은 "보상과 지원은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도 정부·여당이 '보상이 아닌 지원'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처음부터 손실보상에 반대했던 건 아니다.

5월 14일 중기벤처소위에서 여야는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대해 합의를 했다. 하지만 중기부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되지 않았다.

중기부가 소급적용을 반대한 이유는 '환수' 문제다. 5월 12일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강성천 중기부 차관은 처음으로 '환수'를 언급했다. 정부가 그동안 재난지원금을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했기에 손실보상을 소급적용할 경우 과거 지원금은 보상금으로 보고 환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날 강 차관이 제출한 자료에는 손실보다 받은 지원금이 더 많아서 오히려 돈을 '토해내야' 하는 업체가 대부분(전체의 81.7%)이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기부 반발로 민주당 기류가 바뀌었고 손실보상 기준이 2021년 7월 이후로 결정됐다.

소상공인정책을 담당하는 핵심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다수당은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은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말한 '제대로 된 손실보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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