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사태, 판매사(기업은행)도 책임"

2022-05-12 11:14:13 게재

피해자 단체, 정부 개입요구 서명운동 … 검찰, 장하원 영장 보완 요구 반려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3년 만에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 수사는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펀드 판매사인 IBK기업은행도 향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피해자들은 새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에 대해 보완수사하라며 반려했다.

11일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모임인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디스커버리대책위)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은행은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 판매 중개사로서 최종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의 보호막 아래 피해자들을 기만했다"며 "사고가 터진 후 자신들도 피해자인 양 행동했으며 은행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투자자 피해책임'을 요구하며 피해 회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디스커버리대책위는 새 정부가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해임과 사모펀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며, 기업은행 본점과 정부청사 그리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등에서 '금융적폐 청산 및 윤종원 행장 해임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피해자들은 피해 배상에 합의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통해 산정한 비율 내에서 배상하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피해자들은 100% 배상을 주장한다.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5월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 사후정산방식에 의한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당시 분쟁조정위는 글로벌채권펀드에 50%, 부동산채권펀드에 45%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해 투자자 2명에게 각각 64%와 60%의 배상률을 적용했다. 또 나머지 피해자들에게도 40~80%의 배상비율로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스커버리대책위는 '자율배상 결정안'을 거부하고 재조정 신청을 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미국 운용사인 '다이렉트랜딩글로벌'이 발행하는 사모사채에 투자한 사모펀드이다. 2019년 4월 다이렉트랜딩글로벌 대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되자 이 펀드도 같은 달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은 경제적 손해를 입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환매 중단으로 은행과 증권사 등이 상환하지 못한 잔액은 지난해 4월 말 기준 2562억원에 달한다.

해당 펀드는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수천억원이 팔렸다. 경찰은 지난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무실과 판매사인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3612억원)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3180억원) 6792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피해자들은 국책은행이 적극 판매해 신뢰하고 매입했다며 판매 배경과 과정에 의혹을 제기해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그동안 기업은행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부당권유 행위 금지 위반 여부 등을 조사했다. 지난 10일에는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을 불러 정권 실세 등에게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줬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행장에 대한 조사를 마지막으로 펀드 판매에 관여한 걸로 의심되는 기업은행 고위 간부들에 대한 조사를 곧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행장이 직접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등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금융당국의 배상률"이라며 "피해자의 50% 가량은 배상률에 따라 배상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이 임의로 기준을 변경할 수는 없다"면서 "법률이나 정책적으로 변화가 있으면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이 수사 속도를 올리는 가운데 서울남부지검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신청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11일 반려했다.

검찰은 장 대표의 혐의 중 소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경찰의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장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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