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원자력 | ① 계속운전 · 전력계통

원전 계속운전은 탄소중립 현실적인 수단

2022-05-12 00:00:01 게재

무탄소 전원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뿐 … 상호 단점 보완하며 균형있는 에너지정책 필요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한마디로 '기승전탈탈원전' 이다. 110개 국정과제 중에서 탈원전정책 폐기를 3번째 과제로 뽑았다.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전과 관련된 논란은 더 커져만 간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원전이 꼭 필요한지,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 친환경성, 사용후핵연료 정책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국내 원자력발전(원전) 운영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슈 중 하나는 계속운전(수명연장)이다. 계속운전이란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해 정부가 안전성을 확인한 후 10~20년간 추가 운전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문재인정부는 2017년 10월 수립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탄소중립 실현 수단으로 계속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방향을 180도 바꿨다. 문재인정부 시절 대통령소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을 60.9~70.8%로 끌어올리는 대신 원전 비중은 6.1~7.9%로 설정했다.


◆신규 원전 건립은 불가능 = 전력수급 문제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위기관리 경영기법)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 실현방안을 마련할 때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경우와 재생에너지 60~70% 비중에 실패했을 때의 상황 등을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2050년 국내 전력수요가 2018년 대비 221.7%~230.7% 증가한 1166.5~1213.7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때문에 탄소발생을 하지 않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컨틴전시 플랜이 될 수 있다.

또 현실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무탄소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밖에 없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하나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고 주민 수용성, 계통 연계성, 경제성 등을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립(추진하다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제외)은 바람직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우리정부가 전 세계에 약속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계획은 눈 앞에 와있다. 이런 측면에서 2030년 이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설비용량 8.45GW)의 계속운전을 허용한다면 목표 달성에 접근할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2021년 우리나라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3.5GW 수준이었다.

◆탈탈원전 알박기 지적도 = 또 윤석열정부는 원전 계속운전 신청시기를 설계수명 만료일 5년∼10년전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계속운전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신청부터 검토 설비개선 승인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원전 계속운전을 하려면 설계수명 만료일로부터 2년에서 5년전 사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윤석열정부 임기 중 계속운전을 신청할 수 있는 원전은 기존 10기에서 최대 18기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맞서 '탈탈원전'을 알박기 하려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각 원전마다 안전성과 경제성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방침은 획일적으로 계속운전을 하겠다고 전제해 놓고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또 계속운전을 승인했더라도 이후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때문에 또다른 원전정책 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 세계 원전 45%는 계속운전 =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EA)와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전 442기 중 200기(45%)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중 151기가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94기 원전을 운영 중인 미국은 86기(91%)에 대해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48기는 현재 계속운전 중이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하는 분위기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21년 5월 버지니아주에 있는 서리(Surry) 원전 1·2호기 수명을 추가로 20년 연장했다. 이에 서리 1·2호기 수명은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늘었다.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42기 가운데 296기(67%)는 30년을 초과해 운영 중이다.

또 세계 원전 중 설계수명이 지난 224기 중 195기(90%, 계속운전후 폐로된 44기 포함)가 계속운전을 했거나, 하고 있다. 설계수명 후 폐로된 원전은 전체의 6%인 14기 뿐이다.

다만 원전 계속운전을 위해 몇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원전사고 대응체계 혁신(안전성)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정책 실행 △지역주민 동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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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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