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간은행'과 호혜적 상생도시 서울

2022-05-17 11:15:51 게재
이원목 서울특별시 시민협력국장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서울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1인 가구가 전년 대비 3만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서울시 복지재단에서 지난해 발표한 65세 이상 노인 3000여명 대상 실태조사 결과 가운에는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집에서 혼자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이 29.7%로 나타났다. 고독사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다. 1인가구 노인가구 돌봄이 하나의 뚜렷한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그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과제이다. 그러나 공공에서 제공하는 '시혜적 복지' 확충만으로는 이러한 1인가구·노인가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기존 공동체의 해체를 더욱 가속화하였기에 이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그 가운데 미국의 에드가 칸 박사가 창시하고 현재 30여개 국가에서 운영중인 '시간은행'(타임뱅크)에 주목한다. 시간은행은 '모두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라는 기치를 걸고 '자주적 인간과 호혜적 상호주의에 기반한 공동체 재구축'을 지향하는 시민운동이다.

'시혜적 복지' 확충만으로는 한계

시민들은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한 공익적·호혜적 활동에 제공한 시간만큼 '시간화폐'(Timepay)를 받아 적립하고, 적립된 시간화폐로 필요한 도움을 직접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시간화폐를 제3자에게 기부하거나 별도로 지정한 사용처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과 경험이 축적되면 초거대도시 서울에서 '인간적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 자본'이 두텁게 형성되어 하나의 도시 운영규범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에 지난 2일 서울시는 4개 기관·단체와 함께 발대식을 갖고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을 본격화했다. (사)타임뱅크 코리아,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등 그간 지역에서 공동체 활동을 이어오던 주체들이 각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자율적 방식으로 시간은행 모델 4개를 우선 운영할 예정이다.

대학생들과 주민자치회 등 지역 주민들이 도움을 상호 교환하는 모델(국민대-정릉지점), 복지관을 중심으로 전 연령층의 주민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세대 통합형 호혜 모델(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를 주요 활동의 하나로 하는 모델(타임뱅크하우스지점)이다.

여기에 더해 직장 내 신뢰를 기반으로 서울시 공무원들이 육아 품앗이나 업무 노하우 공유 등의 활동을 해나가는 모델(서울시청지점)이 서울시간은행의 첫번째 주자들이다.

지난 팬데믹 동안 정부 정책과 발맞추어 서울시도 사회적 거리두기, 사적 모임 제한 등 물리적 모임 자제에 최대한 힘써 왔다.

고립의 시대에 대응하는 새 공동체 모델

이제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서울시는 '사회 참여 확대~인간 관계망 확장~상호 신뢰회복'의 사이클을 기반으로 하는 '서울시간은행' 사업을 고립과 외로움의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동체 모델로 제안한다. 서울시간은행이 '호혜적 상생도시 서울'의 기반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