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길 여는 중소 벤처기업 | ⑥ 아이지

스마트공장 메타버스시대 개척 … 직원 양성해 인력난 해소

2022-05-18 10:59:55 게재

기술교육대에 5G 스마트러닝팩토리 세계 최초 구축

메타버스 활용 '디지털트윈'으로 제조업 혁신 나서

임직원 회사지분 35% … 직원 40% 이상 R&D인력

기업은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닥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국경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성장해 왔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함께 기업가정신으로 새길을 여는 중소·벤처기업 20곳을 발굴해 연재한다. 산업의 대전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김창일 아이지 대표가 11일 성남 본사에서 스마트공장 로봇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아이지 제공


세계경제는 4차산업혁명의 디지털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스마트공장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제조혁신의 핵심기반으로 꼽힌다. 세계 각국이 자국내 제조업 강화를 위해 선택한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스마트공장은 로봇과 생산설비, 사물인터넷(IoT), 제어장치, 운영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기술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공장별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시스템이 연결돼 있어 고도한 기술을 요구한다. 따라서 대부분 관련 기업들은 한 분야에만 특화돼 있기 마련이다.

벤처기업이 스마트공장의 새로운 길에 과감히 도전했다. 스마트공장에 필요한 다양한 설비와 소프트웨어 개발, 핵심 솔루션 확보에 이어 인력양성까지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주인공은 경기도 성남시 성남하이테크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지(대표 김창일)다. 아이지는 스마트공장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용 실증장비 분야 국내 1위다. 스마트공장 핵심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특허등록을 마쳤다. 국내 제1호 '스마트러닝팩토리'(smart learning factory), 세계 최초로 5세대통신(5G) 기반 스마트러닝팩토리를 구축했다. 스마트러닝팩토리는 스마트공장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배움터 공간이다. 국내 대기업과 정부기관 연수원, 교육기관들이 고객사다.

이제는 스마트팩토리 기반 '디지털트윈'(digital twin)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제조업 혁신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으로 검증해 보는 기술이다.

11일 성남 본사에서 만나 김창일 대표는 "아이지는 작지만 스마트공장 전문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은 물론 교육컨설팅 역량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스마트공장 전분야 기술 보유 = 김 대표 자신감은 설비와 기계, 소프트웨어까지 스마트공장 전분야를 자체기술로 감당할 수 있는데 근거하고 있다.

보통 스마트공장 구축에는 각 기술별 업체들이 투입돼 기기와 시스템을 연동시켜야 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아이지는 2019년 스마트공장 핵심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특허등록을 마쳤다. 아이지가 개발한 스마트공장 솔루션은 POP(생산시점관리) MES(제조실행시스템) 모바일로봇운영솔루션 공정제어솔루션 등으로 기존 제품을 보완해 작업효율성을 높였다.

스마트팩토리 기초단계 시스템부터 고도화단계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술도 갖췄다. 다양한 기기들의 산업데이터를 정형화하고 표준화할 수 있도록 미들웨어(Middleware, 안정적인 시스템 운용을 도와주는 중계 소프트웨어)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민관합동스마트공장추진단 스마트공장 설비 공급기업, 로봇활옹 중소제조공정혁신지원사업 공급사, 스마트공정 고도화 지원사업 공급사 등으로 선정돼 많은 중소·중견기업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2016년 구미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 국내 제1호 스마트러닝팩토리와 2019년 3월 한국기술교육대학에 세계 최초로 구축한 5세대통신(5G) 기반 스마트러닝팩토리는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 설치된 스마트공장 테스트배드나 실증스마트랩 등은 대부분 아이지 작품이다.

◆산업용 교육실습장비로 창업 = 아이지 성과는 김 대표의 선견지명과 리더십이 일궈냈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기계를 만지며 생활했다. 졸업 후 교육용 실습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에 취업해 28년간 근무했다. 열심히 일하다보니 일반 사원에서 전무이사까지 올랐다.

2000년에 들어와 과학기술 변화속도가 빨라졌다. 김 대표는 실습장비도 기초교육용에서 벗어나 신기술에 대응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2009년 창업했다. 다니던 회사 사업영역과도 중복되지 않아 마음이 편했다.

김 대표 방향에 동의한 직원 5명이 합류했다. 그는 "직업용 교육특화기자재 기획부터 생산, 영업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있어 창업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학교, 산업현장에 필요한 다양한 실습장비와 요소기술에 맞춘 새로운 장비를 개발했다. 값비싼 외산장비를 국산화하기도 했다. 기술력을 알아본 삼성전자 기술연구소가 아이지에 무선센서모듈제조시스템 등 교육장비를 요청했다. 산업용로봇 드론 LED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장비 주문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스마트공장과도 연결됐다. 정부의 스마트 제조혁신 전문인력 양성 정책과 맞물려 스마트공장 배움터 구축에 나서게 됐다. 최근에는 디지털트윈을 메타버스에 접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허출원 디자인등록 상표등록 실용신안 등 20건 가량의 지적재산권도 확보했다.

◆회사는 소유하는 게 아냐 = 아이지 기술력은 인력양성 결과이기도 하다. 연구개발인력이 전체 임직원중 40% 이상을 차지한다. 아이지도 일반 기술벤처기업이 겪는 인력난을 겪었다.

김 대표는 기술인력난을 독특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공고와 전문대 졸업생을 채용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일·학습병행제 대학과 연계해 회사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해 전문가로 양성했다. 사내에서는 선배 기술자들을 교사로 지정해 교육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분야별 고숙련 대학원 과정을 별도로 운영했다. 산업기능요원 편입을 통해 교육과정과 병역의무를 동시에 해결했다.

복리후생도 각별히 챙겼다. 김 대표는 창립때부터 회사주식을 독점하지 않고 전 임직원과 나눴다. 현재 임직원이 회사주식 35%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내 능력있는 직원에게 경영승계를 약속하고 차근히 진행중이다. 아직 미미하지만 자기개발 비용, 출산장려금, 자격증 취득 장려금, 산업재산권 취득 기여자 포상, 식사 지원 등 복리후생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소유하는 게 아니다.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회사는 나 혼자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아이지는 아직 작은 규모다. 지난해 12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17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하지만 김창일 대표와 아이지의 포부는 담대하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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