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도서관│① 마포중앙도서관

가상현실 즐기고 애니메이션 제작 … 메타버스 책 축제까지

2022-05-26 10:46:37 게재

어린이 요리교실 열고 1인 가구·청년 세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키친 스튜디오' … "공동체 기능 회복에 중점"

1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2층 50여평 정도의 공간 '마마플(Mapo making & playing place)'.

3월 26일 개관해 2달여 운영한 마마플에는 '포럼 VR' '브릭스튜디오' '키친 스튜디오' 등 어린이들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호기심을 느낄 새로운 즐길 거리들로 가득했다. 일반 가정 혹은 인근 학교 등에서 예약을 통해 단체 관람 형식으로 이용하며 2시간 남짓 알찬 프로그램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19일 마포중앙도서관에 마련된 '포럼 VR'에서 정재희 팀장이 VR기기에 접속해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순간순간 선택하는 가상현실 체험 = 이 중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은 포럼 VR. 가상현실 기반의 다중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이 함께 하나의 프로그램 속 각각의 캐릭터로 참가해 참가자들의 토론과 투표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때 1명의 어린이는 실제 VR기기를 착용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현실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어린이들은 모니터를 통해 가상현실을 보면서 선택의 상황마다 순간순간 토론을 하고 투표를 하며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후 어린이들은 이야기 속 선택의 순간들을 돌아보며 '가치관, 공평, 반성, 선과 악, 선택, 의리' 등 6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토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공간은 브릭스튜디오. 레고 브릭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다 만든 레고 브릭 작품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배경을 결합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자신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애니메이션들은 저장이 가능하고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 소장할 수도 있어 어린이들에게 항상 인기가 많다.

옆에 나란히 놓인 또 하나의 공간은 키친 스튜디오다. 어린이를 위한 요리교실은 물론, 성인들도 요리를 매개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사회적 유대를 쌓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가구의 높낮이를 다르게 배치하는 등 섬세하게 구성했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요리하고 맛있게 먹으며 소통하는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이다. 원정연 팀장은 "마포구에 1인 가구와 청년 세대가 많은 만큼 소통과 공유의 공간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포중앙도서관 책 축제 '책 in 메타버스' 한 장면. 사진 마포중앙도서관 제공


◆"메타버스, 신선함과 재미" = 마포중앙도서관은 다양한 미디어들을 활용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12월 제11회 마포동네책축제는 '책 in 메타버스'라는 이름 아래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gathertown)에서 열었다. 오프라인 책 축제와 함께 유튜브 실시간 방송 등 온라인 책 축제와 메타버스 책 축제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메타버스 공간에 실제 도서관 전시 사진, 프로그램 영상을 열람하고 방명록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마포중앙도서관을 토대로 구성한 가상 마포중앙도서관 내부 공간도 조성했다. 메인 프로그램 '다시 듣고 보고 가다' 릴레이 강연은 유튜브와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실시간 송출했으며 현장 방문 외에도 채팅창을 통해 강사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

축제 당시 메타버스가 낯설 수 있는 이용자들에게 도서관 홈페이지, 마포동네책축제 홈페이지 링크를 통해 쉽게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도 이용법을 안내했다. 포스터에는 QR코드를 인쇄해 메타버스 공간에 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메타버스 책 축제에는 오프라인 책 축제보다 더 많은 이용자들이 참여했다. 실시간 프로그램의 누적 참여인원은 2000명이 넘었고 메타버스 공간에는 3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다. 방명록에 이용자들은 "재밌는 게 정말 많아요" "너무 즐거워요.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어요" 등의 글을 남겼다.

이 공간은 26일 기준 그대로 남아 있으며 당시 책 축제 프로그램들도 여전히 만날 수 있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최근 이 공간을 활용해 도서관운영위원회 회의를 했다.

마포중앙도서관은 향후 메타버스 공간을 전담해 운영할 인력을 채용 중으로 담당자가 채용되면 이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백남욱 사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화상채팅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강연, 자체 제작한 영상물 제공 등으로 비대면 프로그램이 국한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났고 마포중앙도서관은 이에 주목해 기존 비대면 프로그램의 식상함을 탈피하고 신선함과 재미를 주기 위해 메타버스를 축제에 접목했다"고 말했다.

마포중앙도서관 유튜브 콘텐츠 '슬기로운 사서생활' 중 한 영상과 '슬기로운 사서생활' 재생목록. 사진 유튜브 캡처


◆"MZ세대와 소통 가능" = 마포중앙도서관 유튜브 콘텐츠도 호평 받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사서들이 직접 기획 연출 출연하는 콘텐츠 '슬기로운 사서생활'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치 있게 책을 소개하고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영상에서부터 도서관과 사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영상 등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 6월에 첫 영상을 업로드한 이후 2년여 가까이 운영해왔다.

유튜브 조회수는 18일 기준 6만1400회를 기록했으며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임민주 사서의 브이로그(v-log) '공공도서관 사서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면?'으로 2만5791회 시청됐다. 해당 영상에는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담당 사서는 댓들에 답글을 달아 시청자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이로그에 출연한 것은 물론, 유튜브 콘텐츠 전반을 담당하는 임 사서는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는 독자들이 감소하고 있고 특히 MZ세대들은 책을 포함한 종이문자와 멀어지고 있다"면서 "소셜미디어, 유튜브와 같은 영상콘텐츠는 MZ세대를 통해 활성화되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소통이 가능한 채널로 접근해야 도서관이 전체 연령층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튜브 콘텐츠 등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에는 영상편집 등 전문인력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재희 팀장은 "2020년 시작 당시 열정적인 사서 6명이 있었기에 유튜브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했다"면서 "쉽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영상 촬영과 편집을 맡아줄 인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다행히 마포구청 일자리지원과에서 추진한 뉴딜일자리 사업을 통해 영상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콘텐츠를 생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경진 관장은 "마포중앙도서관이 시도했던 서비스들은 코로나19로 약화된 지역 공동체 기능의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요즘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고립과 불통 현상들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모이고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 접촉이 어려웠던 코로나19 상황에서 미디어는 상실된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 도서관에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