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위기 속 미래 먹거리 육성 총력전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에너지 분야
1060조원 집중 투자 …"지금 준비할 때"
국내 대표 기업들이 미래 신사업 육성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삼성과 SK 등 11개 기업이 향후 3∼5년간 투자를 예고한 금액은 1060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정부 본예산 607조7000억원의 1.7배 수준이다. 또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2057조4478억원의 51.5%에 달할 정도로 천문학적 규모다.
◆민간 주도 성장 앞장 = 대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발표 시점이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넘지 않은 시간에 몰아서 이뤄진 것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두 번째로는 현재 코로나 대유행,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상황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배경이다. 위기일수록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이번 주요기업들 투자발표는 규모에 있어 이전 발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기업들의 위기돌파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기업들은 위기인 지금이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해야 할 때로 본 것 같다"며 "기업 투자가 최대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긍정적인 투자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배터리 집중 투자 = 기업 발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현재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삼성은 메모리 분야 초격차 강화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도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전체 투자금액 247조원 가운데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 부문에 대한 투자액이 142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전기차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수소, 풍력,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미래 산업에는 67조원을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을 보유한 LG그룹은 배터리 사업 경쟁력 확보에 집중 투자한다.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분야에 5년간 10조원 이상을 할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통해 원통형 배터리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양극재 분리막 탄소나노튜브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 2026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바이오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 =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계획도 눈에 띄는 분야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SK는 바이오 분야에 1조7000억원 정도를 투자한다. 뇌전증 신약과 코로나19 관련 후속 연구개발비, 의약품위탁생산시설(CMO) 증설 등이 투자 분야다.
롯데도 바이오 산업에 육성에 뛰어든다. 롯데는 바이오 사업이 포함된 '헬스 앤 웰니스' 부문에서 국내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공장을 신설하는데 1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SMR 등 차세대 에너지 = 차세대에너지 분야도 기업들이 주목하는 신성장 분야다.
우선 한화그룹은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태양광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해 한국을 고효율 태양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 기지'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 수소 혼소(혼합연소) 기술 상용화, 수전해 양산 설비 투자 등 탄소중립 사업분야에는 900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대표 에너지기업인 GS그룹도 친환경차세대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신재생 발전 등 에너지 부문에 1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소형모듕원자로(SMR)와 수소(블루 암모니아), 신재생 친환경 발전 등 탈탄소 시대의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한 투자가 대거 포함했다.
두산그룹도 앞으로 5년간 SMR, 가스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 5조원을 투자한다. 포스코그룹도 이차전지소재와 수소에너지 등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투자계획 발표에서 기업들은 33만명 이상의 국내 채용 계획도 밝혔다. 특히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에서만 26만명 이상을 신규 채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