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쓰레기 처리 민간에 맡겨두는 정부
폐기물 88%가 산업폐기물
민간매립장이 46% 처리해
생활폐기물은 1995년 종량제봉투 도입 이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산업쓰레기는 거의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활폐기물매립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공영제로 관리 운영한다. 이와 달리 산업쓰레기(사업장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은 대부분 민간업체들이 위탁처리하거나 사업장에서 자가처리하는 형태로 매립장을 운영한다.
2019년 기준 산업쓰레기매립장은 사업장 일반폐기물매립장 32곳, 지정폐기물매립장 21곳으로 모두 53곳에 이른다. 산업쓰레기매립장은 대부분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농촌지역 골짜기에 숨어있다.
산업쓰레기는 공공매립장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처리비용이 비싸도 달리 갈 곳이 없다. 민간 매립장들은 매립장 허가만 받으면 30% 수익률은 기본이고 60% 이상 수익을 내기도 한다. 출자금 대비 20배의 배당금을 챙기는 사업이니 국내 건설 대기업들은 물론 외국계 사모펀드들까지 산업쓰레기매립장 사업에 뛰어든다.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석면 폐광산, 석회석 폐광산, 폐채석장은 물론 폐업한 골프장까지. 막대한 이익을 챙긴 민간업체가 매립이 끝난 뒤 부도를 내거나 폐업하는 등 사후관리 30년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충북 제천 왕암동 산폐장은 2012년 폭설로 비가림막이 무너졌다. 업체는 부도를 내고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결국 국비와 지방비 98억원을 들여 복구했다. 충남 당진시는 매립이 끝난 고대·부곡 산폐장 관리를 위해 9년 동안 50억원을 지출했고 앞으로도 계속 예산이 들어갈 예정이다.
산업폐기물매립장 문제로 고통받는 각 지역대책위들과 환경단체, 농민단체들은 2021년 12월 '전국 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권역별로 공공처리장을 만드는 방안 △산폐장 운영기업의 막대한 이익을 공적으로 환수하는 방안 △매립을 최소화하고 산업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폐기물처리시설은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시설 설치를 제약하는 규제 강화에 대해 미온적이다. 국가는 개입하지 않을 테니 지역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결국 사회적 갈등 비용은 지역 주민과 지자체, 민간 사업자가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립장 찬반을 놓고 친인척 사이로 얽힌 지역공동체가 깨지는 사례도 많다.
정부는 폐기물 관리의 효율성만 따질 게 아니라 △폐기물 배출지역 책임 원칙 △매립시설 설치와 관리에 대한 규제 강화 △지역주민 참여 보장 등 제도적 보완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