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면수업 확대 후 다시 증가

2022-05-30 11:11:38 게재

정부, 학교전담경찰관 증원 추진 … 물리적 폭력 대신 사이버 폭력 늘어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학교폭력이 지난해 대면 수업 확대 등과 함께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리적인 폭력은 줄어든 대신 모욕·명예훼손 등 사이버 폭력이 증가했다.

3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1만1832건이었던 학교폭력 신고는 2020년 절반 수준인 5555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6823건으로 증가했다. 검거 인원도 2019년 2245명에서 2020년 1702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771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학교폭력 신고건수와 검거인원수는 전년에 비해 각각 26%, 4% 증가했다. 경찰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춤했던 학교폭력 사건이 등교 수업 등 대면활동이 증가하면서 늘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장소를 보면 교내(32.7%)보다 학교 밖(56.4%)이 더 많았다. 신고자는 초등학생이 56.0%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중학생(24.3%), 고등학생(15.3%) 순이었다.

지난해 학교폭력 증가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학교폭력 검거 인원은 2018년 1만3367명에서 2019년 1만2584명, 2020년 1만1331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만1954명으로 전년대비 5.5% 증가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는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피해 학생 보호, 가해 학생 선도 업무 등을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을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5000여명 증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배치된 학교전담경찰관은 1020명이다. 인수위의 제안이 현실화되면 전국 학교전담경찰관 수는 최대 6배까지 늘어난다. 앞서 윤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관련 경찰관 인원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학교전담경찰관 증원 방안은 현재 규모로는 도입 취지였던 학교폭력 근절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학교전담경찰관 1인당 담당 학교는 11.8개, 담당 학생 수는 5269명이다. 인수위 제안이 현실화되면 1인당 담당 학교 개수는 2개로, 1인당 담당 학생 수는 800명대로 줄어든다.

한편, 최근 학교폭력에서 사이버 폭력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학교폭력이란, 기존에 알려진 폭행, 성범죄 등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메신저를 이용한 언어폭력, 사진에 얼굴을 합성하는 '지인 능욕'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폭력을 의미한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학교폭력 범죄 가운데 19.8%는 온라인 등 사이버 상에서 발생했다. 학교폭력 5건 중 1건 꼴로 사이버 상에서 일어나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시경찰청의 지난해 범죄유형별 검거 인원을 2017년 통계와 비교해 보면 폭행·상해는 47.3%, 금품갈취는 11.6% 각각 감소한 반면, 모욕과 명예훼손은 72.3%나 증가했다.

교육부 통계에서도 사이버 폭력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의 '2021년 학교 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년간 사이버폭력은 8.6%에서 9.8%로 늘었다. 지난해 사이버폭력 유형은 사이버 언어폭력(42.7%) 사이버 명예훼손(17.1%) 사이버 따돌림(12.6%) 순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다. 사이버폭력이 발생한 공간은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 '인스턴트 메신저'가 46.0%를 차지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사이버폭력이 26.7%로 뒤를 이었다. 이어 '온라인 게임'(15.4%) '1인 미디어 채널'(3.3%) 등 순이었다.

정부는 사이버 폭력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맞춤형 학교폭력 대응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해 학생 접촉 금지 조치에 휴대전화, SNS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접근하는 경우도 포함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과 학생·교사·학부모 맞춤형 콘텐츠도 보급하는 등 피해학생 보호·치유시스템을 강화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도 내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에 노출된 학생을 즉시 보호·감지하고 신고 대응할 수 있도록 온라인 자가진단 검사를 활용해 학생보호 원스톱 온라인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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