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벙커가 아이들 창의활동 거점으로
동작구 대방청소년문화의집 … 주민제안, 잊힌 공간 활용
서울 동작구 대방동 노량진근린공원 안에 위치한 지하 벙커 이야기다. 바로 위쪽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입구가 비좁아 눈에 띄는 곳은 아니었다. 이창우 구청장은 "군사시설로 사용하던 지하 벙커였다"며 "양쪽으로 입구가 나있어 서로 다른 시설인 줄 알았는데 1층과 2층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다.
30일 동작구에 따르면 지하 1호 620㎡와 지하 2호 766㎡ 벙커가 1층부터 3층에 걸친 1486㎡ 대방청소년문화의집으로 탈바꿈했다. '벙커'라는 애칭을 가진 청소년 놀이·교육·체험·공동체 거점 공간이다. 7월 문을 열기 위해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작은 쪽문으로 바깥과 단절돼있던 벙커 내부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서울시가 공원 조성을 위해 1991년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매입한 곳이었다. 주민들과 수차례 논의했는데 인근에 11개 초·중·고교가 몰려있어 청소년 시설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창우 구청장은 "동작 전체에 44개 학교가 있는데 대방동에 1/4이 있다"며 "서울은 전반적으로 청소년시설이 부족한데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지매입비용 없이 리모델링만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청소년 시설에 부정적이었다. 정확한 조성시기를 모르고 정확한 설계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둡고 환기가 어려운 지하 공간이라는 점도 반대 이유였다. 정밀조사를 통해 설계도를 다시 그리고 서울시를 지속 설득, 도시공원조성계획에 청소년시설을 반영할 수 있었다.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직접 공간을 둘러보고 머리를 맞댔다. 공간 자체가 청소년들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출입구와 돔형태 내부는 그대로 유지했다. 천정 일부를 철거해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3개 층으로 공간을 확장했다. 시설 전체를 시간당 세차례 환기할 수 있도록 공조기를 설치하는 등 환기시설에 가장 신경을 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층별로 특성을 더했다. 1층 '스포츠', 2층 '미래', 3층 '유스'다. 가상현실과 혼합현실을 활용한 운동을 즐길 수 있고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관람석 겸용이다. 250인치에 달하는 대형 화면이 펼쳐지면 공간 전체가 영화관 공연장을 탈바꿈한다. 영상작업이 가능한 유튜브공작소를 비롯해 코딩 등 창작공간, 청소년 소통과 쉼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주 출입구 앞쪽에는 계단식 야외 광장을 조성해 공연이 가능하도록 꾸몄고 데크길을 공원까지 연결한다. 특히 광장은 기존 도로를 줄여 보행로를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확보했다. 이 구청장은 "야간이면 대형 차량과 택시가 몰려 혼잡했다"며 "벙커 단장을 계기로 일대 환경이 보다 안전해졌다"고 강조했다.
동작구는 청소년개관추진단을 모집해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결합한 스마트 벙커(메타버스)를 필두로 소통하면서 자치활동과 자기계발을 하고 사회성을 길러갈 예정이다. 인근 주민들은 문화를 즐기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옛 군사시설을 청소년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의 전환에 여러 부서가 힘을 모아 돌파구를 찾았다"며 "빠른 기술변화에 맞춰 매년 성능을 개선하도록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이 바뀌고 주요 사업 협의를 위해 면담을 요청했는데 1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며 "오래 고민하고 추진해온 사업들이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