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인재양성의 요람, 폴리텍대학

2022-05-31 11:45:57 게재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과 취업률 92.4% … 광주캠퍼스, 대졸자·비전공자도 AI융합 인재로

한국폴리텍대학이 4차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맞춤형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26~27일 반도체·인공지능(AI) 전문인력 교육 현장인 폴리텍 청주캠퍼스와 광주캠퍼스를 찾았다.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과의 취업률은 92.4%(2020년 2월 졸업생 기준)로 전국 전문대 반도체 관련 학과 가운데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기업 120여개사가 모여있는 충북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산학 맞춤 인재양성으로 청주캠퍼스 전체로는 3년 평균 취업률 82.0%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충청북도 내 취업률 1위를 지키고 있다.
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에 방문한 취재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반도체 클린룸에 들어가 공정 절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청주캠퍼스는 2008년 전국 전문대학 중 유일하게 반도체 '클린룸'을 갖췄다. 클린룸에는 기업에서 쓰던 진공증착기 웨이퍼식각기 등 174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제조기계들을 기증받아 설치했다.

하정우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학과장은 "SK하이닉스 네패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장비들을 마음껏 운용·분해·조립·정비할 수 있다"며 "반도체 전·후공정 뿐 아니라 설계까지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 출신들이 많아 현장경험에 기반한 생생한 교육을 구현하고 있다. 학생들이 한화큐셀(41명) SK하이닉스(31명) CJ제일제당(22명) 등 대기업과 네패스(31명) 스템코(23명) 원익머트리얼즈(19명) 등 각 산업분야 대표 우량기업들에 취업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청주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는 스마트팩토리 특화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반도체 자동화 공정 전문인력도 배출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프로젝트 실습을 통해 스마트공정 운용 실무를 경험한다. 최근 취업률 81.2%, 취업유지율 92.9%를 기록했다.

하 교수는 "2024년 9월에는 총사업비 135억원 규모의 '반도체 인력 양성센터'도 설립해 K-반도체 재도약의 키를 잡겠다"고 밝혔다.

폴리텍대학은 2020년부터 정부의 K-반도체 전략과 연계해 전문 반도체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폴리텍 반도체 인력 양성 클러스터'도 구축했다.

경기 안성 반도체융합캠퍼스 출범을 시작으로 소재(성남), 후공정(아산), 장비 유지보수(청주) 등 각 캠퍼스에 반도체 관련 교육과정을 마련해 지난해만 830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했다.

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학생들이 러닝팩토리 '창의융합기술센터' 한쪽에서 자동화공정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광주캠퍼스는 기계·금형·산업설비 등 전통 뿌리기술과 AI기술을 융합한 이른바 'AI+x(인공지능 융합) 인재양성'의 핵심기관이다.

광주캠퍼스는 지난해 'AI융합과'를 신설했다. 1년 만에 나온 1기 수료생 취업률이 94.4%에 달한다. 모두 AI 기술을 배운 적 없던 비전공자 출신들이다. 인문·예체능계열 등 비전공자라도 1년 만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머신러닝 플랫폼 개발 등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로 취업할 수 있다.

대학에서 생명환경 분야를 전공한 한영석(30)씨는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시스템을 활용한 스마트팜 구축 현장에 근무하고 있다. 한씨는 "하이테크 과정은 기존 전공도 살리면서 새로운 기술 분야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러닝팩토리'(LF, Learning Factory)다.

강구홍 광주캠퍼스 학장은 "제조업 전반에 활용되는 금형 용접 표면처리 등 뿌리기술에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한 '현장형 통합 실습 교육환경'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본관 1층에 있는 창의융합기술센터는 설계부터 생산, 검사까지 모든 생산공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실제 공장과 같이 구현한 공간이다. 학과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공작기계 용접기 로봇 VR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AI융합기술센터는 로봇, 가공장비 등 생산기반 하드웨어의 데이터를 축적·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마트 공장의 두뇌를 구현해놓았다. 학생들은 생산공정 하드웨어 인프라뿐 아니라 시스템 네트워크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경험할 수 있다.

폴리텍대학은 2018년 인천캠퍼스에 러닝팩토리를 시범 도입해 현재 전국 36개 캠퍼스에 59개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러닝팩토리를 전면 개방했다. 시제품 제작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 고가 장비 활용이 필요한 소규모 사업장, 진로체험을 원하는 청소년 등이 이용할 수 있다.

산학협력 인재양성 모범사례로 꼽히는 화천기공은 CNC 가공장비 등 공작기계 생산업체로 광주캠퍼스 졸업생 36명을 채용하고 있다.

폴리텍대학 교수에서 은퇴한 안상수 화천기공 기술고문은 "학교 러닝팩토리에서 화천기공 제품을 이미 경험한 신입사원들은 적응이 빠르다"고 말했다.

조재희 폴리텍대학 이사장은 "1980년대 고도성장기에 제조업 중심의 산업인력 양성을 선도한 폴리텍대학은 2010년대 저성장기에는 실업자 훈련을 중심으로 사회안전망을 수행해왔다"며 "앞으로 10년 디지털·저탄소 경제 전환을 '제2의 고도성장기'로 삼기 위해 반도체 AI 배터리 로봇 등 핵심 산업 인재 양성에 민관산학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폴리텍대학은 9월 13일부터 2년제 학위과정 수시1차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올해 모집인원은 전국 28개 캠퍼스 155개 학과, 총 6630명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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