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칼럼

알고리즘으로 공직자 인사검증 가능하다

2022-05-31 12:04:19 게재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정치권의 디지털 문화에 대한 무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디지털 상식이 결여된 정치권이라는 인상은 종전에도 지울 길 없었지만 이번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고질적인 문제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예전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미국 공직사회 진출 제의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의 응답은 간단했다. "정치권보다 14년을 앞서 살아가는 사람이라 거기 들어가서는 답답할 것 같아 곤란하다." 생각의 속도가 그만큼 차이 난다는 것이다. IT분야가 다른 분야보다 대략 20년을 앞서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수긍 가능한 이야기다.

컴퓨터 등장 후 20년이 지나서야 일반대중이 컴퓨터를 쓰기 시작했고 인터넷도 그랬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소감은 한마디로 디지털 시류와는 동떨어진 지루하고 답답한 굴뚝산업형 청문회였다. 청문회란 정부가 인선과정에서 놓친 사실을 국회가 지적함으로써 공직적임자 여부를 상호보완적으로 판별해내자는 데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그동안 청문회는 정책수행에 대한 자질검증보다는 신상털기에 열중함으로써 오히려 청문회 적격자를 찾는 쪽으로 변질된 느낌이다.

이번에도 청문회가 신상정보 중심 여론재판격으로 전락한 모습을 보이면서 질타의 대상이 됐다. 더 이상 국민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면 개선책을 찾아나서야 할 것 같다. 개선의 일환으로 국회에는 윤리청문회와 역량청문회로 이원화해 전자를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법안이 상정돼 있기는 하다. 하나 여야 대치로 국회에서 이 법안은 통과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14시간 청문회에 정책질의는 한건 뿐

그렇다면 인사검증 프로세스의 일부라도 기계적으로 자동화해 청문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정책 검증 부분을 자동화하는 데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겠지만 현행 수준의 신상정보 질의응답이라면 그런 부분은 정보시스템으로 설계 가능한 영역에 속한다.

본인보다 신상에 관한 사실관계를 더 잘 아는 이가 있을까. 그러다보니 질의하는 의원이 응답하는 후보자에게 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번 어느 후보자 청문회는 무려 14시간 이상 진행됐다. 그 청문회에서는 유독 우문현답이 속출했다. 유감스러운 점은 그 긴 시간 동안 정책질의는 단 한건 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정책토론을 떠나 청문회장이 마치 질의 의원들의 정치유세장처럼 변모한 듯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신상문제 진위여부는 알고리즘으로 개발하기가 어렵지 않아 기계적으로 자동화 가능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 알고리즘을 코딩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시간과 비용면에서도 별로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더 나아가서 자동화 범위내에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동원할 수도 있다. 그간 쌓아놓은 스펙을 향후 어디다 쓸 것이며 그로 인해 어떤 수혜를 어느 선에서 받을지 예상해 결과를 시각화해보는 일도 가능하다. 후보자 응답을 듣지 않고도 차후 다양한 활용 경로의 수에 따라 예측 산정해 낼 수 있다.

행여 구글이나 페이스북 알고리즘 편향 적용 사례를 보면 인공지능(AI)을 믿을 수 있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AI의 신뢰 문제와는 완전히 무관한 영역의 일이라 그것은 기우일 뿐이다. AI는 바둑 대국이나 전문가 처방 추천 알고리즘 혹은 자연어 처리에 같은 영역에 쓰이는 것이지 정보진위 판단 시스템 자동화와는 거리가 먼 까닭이다.

중요한 것은 인사청문 과정의 전부가 아닐지라도 일부는 충분히 자동화 가능하다는 얘기다. 자동화가 이루어진다면 인사검증 결과는 자동채점돼 나온다. 인사검증 결과치가 적정선을 넘지 못하면 자동 실격처리시키면 될 것이다.

기부 봉사활동을 한 적 없는 후보자가 많았다. 따라서 수혜에 대한 보답으로 기부 봉사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평가해 점수에 반영할 수도 있다. 그를 통해 수혜 몫과 사회환원 몫 간에 균형과 공정이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해 볼 수도 있다.

검증 자동화하면 신상공방 배제 가능

이런 청문시스템 자동화를 갖추기 위한 법적장치도 글로벌 스탠다드 선진 법치행정으로 나가는 길에 부합되는 것이다. 불과 여섯 사람만 거치면 누구나 친근한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소셜관계망 이론을 보더라도 인간관계상 얽히고 설킨 의혹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의 일부는 자동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화한다면 그 효과는 클 것이다. 검증 과정 효율성은 물론 공정성도 제고할 수 있다. 신상의혹 공방을 청문회장에서 완전 배제함으로써 정책질의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청문회 수준격상으로 무너진 국회의 신뢰회복과 더불어 국가 인사정보관리에 있어서 행정 선진화도 기할 수 있다. 또한 공직자검증 관리주체 쪽으로 권한 집중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그런 부작용을 줄일 여지도 있다. 지금은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