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양날의 칼'"

2022-05-31 11:49:49 게재

북한제재 준하는 고강도 행동 나섰지만 일본→한국, 중국→일본 실패사례 언급

아사히신문, 경제의 무기화 부메랑 우려

일본이 러시아에 대한 각종 경제제재에 나서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대러 경제 및 금융제재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제재의 실패사례로 일본이 한국에, 중국이 일본에 가한 수출규제를 들기도 했다.

일본의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30일 1면 머릿기사를 통해 "무기화하는 경제가 일상생활로 불똥이 튄다"며 "경제제재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현재 일본의 대러시아 제재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비슷하고 그 영향과 파괴력은 비교가 안된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소재 등의 대러 수출규제는 물론,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 금융거래의 퇴출과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인사, 러시아 신흥재벌에 대한 일본내 자산의 동결 등 미국과 유럽이 취하는 제재를 사실상 모두 따라 가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의 강도는 북한에 대한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제재로 인한 영향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와 수출·입 거래를 하는 일본 기업 1만5000개사 정도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로 인해 각종 소비재는 물론 에너지 가격의 급등 등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도 제재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인정하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장관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산 석유수입과 관련) 국민의 생활과 경제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면서도 "국제사회와 약속, 국민생활과 경제를 지키는 어려운 방정식을 매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9일 기자회견에서 "대단히 힘든 결단이지만 G7과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러시아산 석유의 원칙적인 수입금지라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할린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자원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일본은 현재 러시아 사할린 지역에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개발사업으로 이른바 '사할린1'과 '사할린2'에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있다.

만약 이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그 권리가 모조리 중국으로 넘어갈 우려가 나온다. 하기우다 경제산업장관은 이와 관련 "일본이 조기에 철수하면 제3국으로 권리가 이전된다"고 말했다. 외무성 한 간부도 "제재의 강화는 결과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을 불러온다"면서 "미국과 유럽, 중국과 러시아의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제재라는 공세는 곧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다"면서 "과거의 사례에서도 수출 및 수입규제로 기대했던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일시적인 적대관계로 제재를 시행할 경우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규제와 중국의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규제를 들었다.

한국은 아베 정권이 2019년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하자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한국은 정부가 나서 '소부장 경쟁력강화 위원회'를 만들어 국산화에 나서고 수입도 다변화했다. 수출규제 이후 2년 반이 지난 올해 2월 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에 필수적인 소재와 부품 100개 품목의 대일본 의존도는 2019년 30.9%에서 24.9%로 낮아졌다. 특히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3개 품목은 절반 이하로 의존도를 줄였다.

중국이 일본에 취한 수출제한 조치도 실패했다. 중국정부는 2010년 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양국간 영토분쟁을 이유로 자동차와 가전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금지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기업과 정부는 호주 등과 계약을 통해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2012년 세계무역기구(WTO)제소해서 승소했다. 이후 중국의 희토류 생산 세계점유율은 90%에서 60% 수준으로 하락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 주도 대러 제재에 대해 국제사회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는 중국의 보복이나 제재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 유럽 등과의 협조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향후 언제라도 자국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강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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