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설립에 중소형 증권사들 가세

2022-06-02 11:25:51 게재

국내 최초 ATS 출범 임박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논의 중인 대체거래소(ATS) 설립준비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이 가세하면서 국내 최초 ATS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67년간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의 독점이 깨지고 시장질서 재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거래소가 생기면 거래소 간 경쟁에 따라 투자자들의 편의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거래소 간 경쟁으로 편의제고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ATS설립준비위원회에 참여 중인 증권사 7곳(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중소형 증권사 30여 곳으로부터 ATS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최종적으로 총 몇 곳의 증권사가 대체거래소 설립에 참여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설립 근거가 마련됐지만, 거래량 규제 및 이해관계 상충 등으로 인해 논의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증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019년 조직을 꾸리고 관련 논의를 시작한 준비위는 최근 ATS 지분구조에 대한 논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ATS설립위에 소속된 증권사들과 금융투자협회의 지분은 각각 8∼10% 수준으로 결정됐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지분은 3% 정도로 알려졌으나, 향후 참여가 결정되는 증권사 수에 따라 변동될 전망이다.

ATS는 한국거래소가 수행하던 매매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다자간매매체결 회사를 말한다. 정규 거래소와 달리 상장 심사나 시장 감시 등의 기능은 없고 주식 매매 체결만 담당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50여곳, 200여곳의 ATS가 있을 정도로 대체거래소가 활성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ATS 도입으로 거래소 간 경쟁 구도가 구축되면 매매 수수료 인하, 거래 시간 확대, 거래 속도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TS를 통해 정규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반) 외 야간에도 주식 매매가 가능해지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상황을 반영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TS 도입은 경쟁 촉진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며 "대체거래소가 얼마나 차별화된 전략을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래시간 연장과 새로운 형태의 매매 체결 서비스 등을 기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추세도 보여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0조원 정도까지 줄어들면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양쪽 다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가이드라인 선결 과제 = 구체적인 ATS 설립까지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심사 매뉴얼) 마련과 전산망 구축 등이다. ATS 심사 기준이 먼저 정해져야 인가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ATS설립위가 기다리고 있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은 올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ATS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인적·물적 요건 등이 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ATS 준비위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발표 후 3분기 내 예비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예비인가의 승인이 통상적으로 6개월가량 소요되고, 이후 본인가 절차도 남았다는 점에서 ATS의 설립은 이르면 오는 2024년이 될 전망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의 거래량 한도는 시장 전체로는 15%, 개별 종목은 30%까지로 제한된다. ATS 개설 후 주식 거래량의 15% 수준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경우 한국거래소는 일정 부분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도 과거와 달리 ATS 설립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이미 거래소 주식 매매 수수료가 0.0027%로 낮은 편이라 경쟁력이 있고, 경쟁 시장이 만들어지면 공공기관 지정 여론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ATS 준비위에서 요구하고 있는 혜택 등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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