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패배 책임은 … 강용석? 김은혜? 윤석열?
강용석 5만표 넘게 얻어 … "보수 단일화 했더라면?"
인물 경쟁력 열세 지적 … '윤심' 확장성에 감점 요인
초선 불구 '대단한 선전' 호평 … 윤 정부에 중용될 듯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극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선거 다음날인 2일 새벽 5시 30분까지의 개표에서는 1위를 지켰지만 막판에 뒤집혔다. 첫 여성 광역단체장의 꿈이 멀어진 순간이었다. 김은혜 후보가 석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강용석 무소속 후보 출마로 인한 보수 분열이 꼽힌다. 김은혜 후보는 당선자인 김동연 민주당 후보보다 불과 8913표 적었다. 0.15%p차였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 후보는 5만 4758표(0.95%)를 얻었다. 보수 색채인 강 후보와 김은혜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했거나, 강 후보가 사퇴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란 가정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보수 지지층에선 강 후보를 겨냥한 아쉬움을 쏟아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협상을 통한 후보단일화는 불가능했다. 단일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 후보의 사퇴 뿐이었다. 만약 정식으로 협상을 통해 단일화를 했다면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감표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후보 본인의 인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 출신인 김은혜 후보는 초선의원으로 2년을 일한게 정치경력의 전부다. 반면 김동연 후보는 경제부총리와 대학총장을 역임했다. 두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차이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은혜 후보 대신 유승민 후보가 나섰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란 가정도 내놓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일 "김은혜 후보 대신 유승민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면 인물 경쟁력에서 김동연 후보에게 밀리지 않기 때문에 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가 유승민 후보를 제치고 공천을 받는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패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유승민 후보가 경기지사 경선에 나서자,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대변인이던 김은혜 후보를 급히 출전시켰다. 김기현 선대위원장이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핵관이라는데 김은혜 후보가 윤핵관 중 최고 윤핵관"이라고 말할 정도로, '윤심'을 업은 후보로 각인됐다. '윤심'을 업은 건 경선 승리에는 결정적 보탬이 됐지만 본선에서는 오히려 확장성을 막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중도층에서는 '윤심'을 업고 유승민 후보를 제친 뒤 '윤핵관' 마케팅을 하는 김은혜 후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선거 막판에 터진 재산신고 누락도 악재로 꼽힌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직전 김은혜 후보가 배우자의 빌딩 가액 14억 9408만원과 증권 가액 1억 2369만원을 '과소신고'했다고 밝혔다. 김은혜 후보 측은 "실무자의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김은혜 후보가 극적인 역전패를 당했지만, 초선인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선전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향후 재기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당장 윤 대통령이 내각에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 김은혜'의 도전은 이제부터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