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선거 끝나자마자 … 여야 '못난이경쟁' 몰두

2022-06-08 11:23:55 게재

여 '국정 책임', 야 '반성' 대신 '당권 다툼' 바빠

2017년 대선 이후 '어부지리 승리' 익숙해진 탓

3.9 대선과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국민의힘은 연승을 거두면서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됐다. 퍼팩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어느때보다 여당의 국정 책임이 절실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연패하면서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았다. 처절한 반성과 혁신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국정 책임'과 '반성'보다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정치권이 '누가 더 못났나' 경쟁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키이우 '추모의 벽' 방문한 이준석 대표│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표단이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추모의 벽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여당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 의원들이 뒤엉킨 주도권 다툼으로 요란하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7일 이 대표를 겨냥해 "공천혁신위를 한다면서 당 대표 측근인 정미경 최고위원을 분당을 지역에 배치하는 것은 혁신도, 정도도 아니고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 관할인 노원구청장도 안 찍어내리고 경선한 당 대표에게 공천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이들의 주도권 다툼은 단기적으로는 당권, 장기적으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염두에 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윤핵관은 내년 6월까지가 임기인 이 대표의 조기퇴진을 이끌어내 당권을 잡은 뒤 총선 공천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표는 임기인 내년 6월까지 버티면서 혁신위를 앞세워 총선 공천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삼각지역 분향소 찾은 이재명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오후 지하철 삼각지역 '발달·중중장애인 참사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거대야당인 민주당 집안 사정은 더 복잡하다. 촛불민심은 민주당에게 3연승(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을 안겼다. 하지만 민주당정부는 무능(부동산 폭등)과 위선(조국 사태)을 일삼다 스스로 무너졌다. 몰락한 뒤가 더 가관이다.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기보다 패배 책임론을 놓고 친문과 친명이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했다가 지난 5일 홍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대자보 테러를 당했다. 홍 의원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재명 의원을 겨냥해 "당이 원해서 희생하기 위해 (선거에) 나왔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친문과 친명은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을 바라는 지지층 입장에서는 친문과 친명의 충돌에 대해 진저리를 낼 판이다.

여야가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못난이 경쟁'에 안주하는 건 최근 선거가 철저히 '어부지리 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야 스스로가 성과를 내서 선거를 이긴게 아니라 상대편이 허물어지면서 어부지리로 승리한 탓에 '못난이 경쟁'에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3연승은 상대편 실축(박근혜 탄핵, 당의 극우화) 덕분이었다. 국민의힘이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건 민주당의 무능과 위선의 공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8일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편이 잘못해서 자꾸 선거를 이기다보니, 여야 모두 자기혁신에 게을러지고 못난이 경쟁에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2연승에 안주해 서로 당권이나 공천권을 갖겠다고 싸우다보면 민주당이 다시 (2024년 총선을) 거저먹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의 위기는 항상 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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