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도서관 | ②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전자음악 작곡·1인미디어 콘텐츠 창작 … 미디어아트 감상도

2022-06-09 11:30:57 게재

전문시설과 교육프로그램 갖추고 지역 청소년·대학생들에게 문화예술 활동 기회 제공 … "남양주 시민으로 자부심 느낀다"

"하고싶은 대로 재미있게 만들면 됩니다. 원형을 그려서 위로 넓게 하고 아래로 넓게 해보세요. 가로값을 어떻게 하면 도형이 어떻게 변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면 됩니다."

2일 오후 3시 남양주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4층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심석중학교 1학년 그래픽디자인 동아리 학생 9명이 민경애 강사의 지도에 따라 '나만의 그래픽디자인' 수업에 몰두하고 있다. 학생들은 도서관이 지원하는 고급 사양의 노트북과 일러스트레이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버섯 일러스트를 그리는 데 집중했다.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실내. 사진 이의종


◆학교 동아리 수업을 도서관에서 = 이날 '나만의 그래픽디자인' 수업은 경기도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과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이 학교 동아리 수업을 지원하는 협력사업으로 진행됐다.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그래픽디자인 영상 전자음악 등 3개 분야의 도서관 소속 전문강사를 두고 있으며 민 강사는 그중 1명이다. 일회성 수업이 아닌 총 5회차 수업을 진행하며 이날 수업은 3회차였다.

윤호엽 학생은 "도서관에 그래픽디자인 수업 환경이 잘 만들어져 있다"면서 "도서관이 학교에서 가까워 수업을 받으러 오기 좋다"고 말했다. 김솔민 학생은 "도서관에는 책만 있어서 정숙하고 딱딱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업을 하니까 도서관이 새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민 강사는 "개인이 설치하기에 부담이 되는 소프트웨어인 일러스트레이터와 노트북 등 장비를 도서관이 지원하고 있다"면서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에게 굉장히 좋은 경험을 선사해 남양주시민으로서 도서관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레코딩 스튜디오. 사진 이의종


◆청소년 관심 끌도록 주제 선정 =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음악·뉴미디어를 주제로 하는 청소년 특화 공공도서관이다. 청소년 특화 도서관이지만 어린이와 성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음악은 물론, 1인 미디어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갖추고 창작을 지원하며 다양한 뉴미디어아트를 기획해 선보인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이 있는 남양주시 화도읍은 전국에서 두번째로 청소년이 많은 지역"이라면서 "청소년들이 도서관을 방문하도록 하기 위해 그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도록 뉴미디어를 주제로 선정해 시설과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이 주력하는 특화 공간들은 주로 4층에 모여 있다. 뮤직아트홀은 블랙박스 형태로 조성됐다. 빔 프로젝터를 한쪽 벽면 전체에 투사할 수 있다. 음향 영상 조명 시스템을 갖춰 실감콘텐츠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열기에 적합하다. 자리 배치를 유동적으로 할 수 있어 공연을 올리거나 행사를 할 수도 있다.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레코딩 댄스 뮤직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등 다양한 스튜디오도 갖췄다. 레코딩 스튜디오는 밴드 보컬 더빙 녹음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전자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댄스 스튜디오는 안무 연습을 하기에 적합해 가장 사랑받는 공간 중 하나다. 뮤직 스튜디오는 방음시설을 갖춰 노래는 물론, 악기 연습을 할 수 있게 조성했다. 드럼과 신디사이저 등을 갖춘 공간도 마련했다.

이날 '나만의 그래픽디자인' 수업을 진행한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는 촬영 장비와 함께 색보정 편집 등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장비 등을 갖췄다. 1인 미디어 제작에 관심이 많은 주민과 청소년들을 위해서다.

특화 공간에서는 도서관 소속 전문강사와 함께 '뉴미디어 발전소'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방학프로그램' 등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특화 프로그램 운영 담당 정예린씨는 "지난 겨울방학 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서관 아나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직접 교육을 하고 이용 안내 방송 녹음을 했다"면서 "이후 해당 학생들의 녹음을 실제 이용 안내 방송에 활용하고 있으며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관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진행한 결과물을 다른 이용자들과도 함께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미디어아트 '김치앤칩스'. 사진 이의종


◆대형 작품 '김치앤칩스' =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이용자들에게 뉴미디어아트도 선보인다. 도서관에 '김치앤칩스'라는 대형 뉴미디어아트 작품을 설치했다. 언뜻 보기엔 독특한 형태의 조명 같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따라 빛을 다각도로 반사하는 예술작품이다.

허이나 작가의 미디어아트 전시 'Blooming Library', 조은우 작가의 '뇌파 인간 평형세계' 등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들도 이용자들을 만났다.

정씨는 "이용자들이 '서울 유명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전시를 지역 도서관에서 체험해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면서 "SNS 등 일반적인 뉴미디어 개념을 확장해 새로운 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킨 뉴미디어아트 개념까지 이용자들에게 알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이 운영하는 '영크리에이터크루'라는 지역 청소년·대학생 모임도 호평을 받고 있다. 지역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주체가 돼 도서관을 거점으로 사회문화활동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모임이다.

◆유기동물봉사 주제 SNS 콘텐츠 제작도 =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이들에게 모임 공간과 분야별 전문 워크숍, 행사운영 현장체험 기회, 전문가 멘토링, 활동 공간 등을 지원한다. 이들은 도서관 안팎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현해 지역 주민과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이 받은 혜택을 돌려준다.

정씨는 "청소년·대학생들은 대외 활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데 활동 기회는 서울에 집중돼있다"면서 "이에 도서관을 거점으로 지역 청소년 대학생들이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21년 1기 영크리에이터크루들은 문학 사회문제 음악공연 영상 SNS마케팅 유기동물봉사 등의 주제별 모임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자체 기획 행사 및 프로젝트 40여개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에서 '2021 어린이날 행사 석영랜드' 등 행사를 진행하고 유기동물봉사를 주제로 SNS 콘텐츠를 제작해 호응을 얻었다. 2기는 메타버스 콘텐츠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았다. 이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직접 이석영뉴미디어 가상 도서관을 만들었다.

활동 중인 3기는 총 54명으로 청소년(14~19세)으로 구성된 주니어크루와 대학생(20~24세)로 구성된 기획크루, 홍보크루로 구성됐다. 주니어크루는 문화예술 뉴미디어 관련 동아리 5개팀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기획크루는 자체 프로젝트를 기획, 구현하며 홍보크루는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의 공식 SNS 콘텐츠를 제작, 운영한다.

이경구 관장은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 허브 공간, 사랑방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서 "뉴미디어와 예술을 매개로 주민들이 모여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예술체험도 하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도서관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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