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현대차그룹의 그린워싱 논란

2022-06-09 12:24:07 게재
지난 4월 'RE100' 가입 승인을 받은 현대차그룹이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그린워싱'(Green washing)논란에 휩싸였다. 그린워싱은 특정 기업 활동이 친환경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광고나 홍보를 통해 마치 친환경 활동인 것처럼 분칠하는 위장 환경활동을 뜻한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를 뜻하는 말로,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약속을 선언하고 회원으로 가입해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일종의 기업 캠페인 공동체다. 2014년에 시작된 RE100은 두 국제비영리단체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에 의해 염격히 공동 관리되고 있다.

RE100 가입하면서 LNG발전소 건설은 모순된 결정

현대차그룹이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이게 된 발단은 RE100가입 승인을 받은 지 불과 보름만인 5월 9일 울산 자동차공장 안에 184메가와트 규모의 열병합LNG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울산시 당국의 공지로 알려지면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RE100을 주관하는 클라이밋 그룹은 "RE100 가입 및 심사 과정에서 LNG발전소 건설계획을 알지 못했다"며 "LNG발전소가 현대차그룹이 약속한 2045년 재생에너지 100% 달성목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해명해달라"는 서한을 현대차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린피스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이 "현대차의 RE100 가입은 ESG 경영홍보수단이자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RE100은 국가의 행정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일단 회원이 되면 매년 이행과정을 CDP에 보고하는 등 탄소중립의 의무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 RE100 회원 기업이 구매계약을 체결할 때, 또는 투자회사들이 투자대상으로 친환경 기업을 고를 때 RE100 가입 여부가 주요한 잣대가 되면서 RE100은 국제 기업간 거래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2년 5월 현재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70여개 기업이 가입했고, 한국은 SK텔레콤을 필두로 최근 가입한 현대차를 포함 19개 회사가 회원사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여름 "2045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RE100 가입을 신청했으며, 지난 4월 25일 클라이밋 그룹으로부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내 4개 기업의 가입 승인을 얻어냈다. 글로벌 5대 자동차메이커로서 RE100은 기업이 가야할 길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란 점에서 사회의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그렇지만 현대차그룹은 한손엔 100% 재생에너지 사용 카드를 들고, 다른 한 손엔 화석연료인 LNG 화력발전소 카드를 쥐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에너지믹스보다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있는 LNG 발전소를 짓는 것이며 향후 수소발전소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린워싱이라는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반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RE100의 기술 기준에 의하면 회원기업이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해서 활용가능한 에너지원은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LNG는 연소할 때 석탄의 60%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온난화효과가 큰 메탄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화석연료다.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인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에너지전환 시대에 정면돌파를 회피하고 화력발전을 택하는 모순적인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윤석열정부 재생에너지정책 무엇인지 궁금

그린워싱 논란은 현대차그룹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기업들은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며 그 전력의 60% 이상이 석탄 및 LNG화력 발전소에서 나온다. 그동안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했지만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의 사례를 보면서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궁금하다. 친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생각이 어떤 것인지 그림이 뚜렷하지 않다. 2050 탄소중립 국제합의를 지키려면 원자력만큼이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후변화 시대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다. 재생에너지 활용 인프라 투자와 제도개선이 지금처럼 미흡한 상태에서는 기업이 RE100 가입을 꺼리게 될 것이다.
김수종 본지 칼럼니스트